북한이 지난 주말 잇따라 남북 군사회담을 비롯해 대화를 촉구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20일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회담 언급에 지체 없이 화답하라고 요구하더니 21일에는 인민무력부 통지문을 통해 5월 말과 6월 초 사이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을 갖자고 제의해왔다. 김정은이 지난 6, 7일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후 대남 대화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제 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북의 잇단 대화 제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특히 지난 노동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하고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후 한편으로 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남남 갈등과 대북 제재 완화를 노린 속임수일 뿐이다.
핵실험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후 대화를 제의하는 것은 그동안 북의 상투적 수법이다. 이를 받아들여 대화에 나서면 다시 엉뚱한 도발로 남북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되돌려 놓곤 한 것도 똑같다. 북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후 대화에 나서 모든 핵시설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에 합의했지만 제재가 흐지부지된 후 이행하지 않았다. 2009년 2차 핵실험 후에도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는 등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숨어서는 천안함을 공격했다. 이어 2013년에는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이야기했지만 곧바로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유엔이 제재에 나서자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을 잇따라 제안하는 등 평화 공세에 나섰지만 틈만 생기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북이 늘 도발과 대화 제의란 양날의 칼을 사용해 왔음을 간과할 수 없다. 대화는 제재의 바탕이 된 핵 포기를 전제해야 한다. 이를 알고 있는 북이 핵 강국임을 내세우며 내놓는 대화 제의는 진정성이 없다. 언제 5차 핵실험에 나설지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화는커녕 대북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고, 남남 갈등을 유발시켜 이득을 취하려는 꼼수로밖에 안 읽힌다. 이번에야말로 대화를 제의하는 북의 저의를 확실히 읽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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