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성愛함께누리다]⑤존경으로 배우는 삶의지혜, 조손관계 회복교육

조부모님은 {연륜·세월 '삶의 지혜' 손자녀 향한 무한 사랑} 최고 선생님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돌아오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돌아오는 '숙제 없는 할매할배의 날'을 맞아 대구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청도에 가 소싸움 경기장을 찾았다. 이처럼 어릴 때부터 조부모와 자주 소통하고,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지혜롭고 자존감이 높은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손주의 감사편지.
손주의 감사편지.

학생들에게 할아버지'할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아이들에게 명절이면 뵙고, 갈 때마다 용돈을 주시는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조부모님을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은 더욱 흔하지 않을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우리 조상이 손자녀를 교육했던 그 지혜를 학생 인성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조손 관계 회복을 통해 학생들을 바른 품성을 갖춘 건강한 시민으로 기르자는 것이다.

◆조손 관계 회복교육이란?

노인 인구가 많은 경북의 경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지난 2014년 '할매할배의 날'을 조례로 제정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온 가족이 조부모님을 찾아뵙고, 이를 통해 조손이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다.

대구의 학생들이 주로 경험하고 있는 조손 관계는 주로 부모가 맞벌이일 경우에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봐주는 양육의 형태이거나, 농촌 지역의 조부모에게 부모가 아이를 맡겨놓고 함께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 학교를 통한 양로원 방문 봉사, 조부모 세대의 시니어클럽을 중심으로 한 봉사활동과 같이 많은 부분이 돌봄'봉사 활동에 치우쳐 있는 게 현실이다.

봉사활동 역시 조손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경우가 많고 조손 세대의 진정한 공감과 통합을 이루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구시교육청에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조부모'손자녀, 지역 어르신'어린 세대 간의 이질적인 문화와 생각을 서로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조부모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삶의 지혜를 각 학교에서 활용해 학생들의 가정에 조손 관계를 회복하고 효(孝) 정신을 함양시키는 게 목표다.

그 결과 현재 대구의 각 학교에서는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형태의 조손 관계 회복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숙제 없는 할매할배의 날'로 정해 담임교사는 학생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리거나 직접 찾아뵙는 과제를 낸다. 또 매년 10월은 '효의 달'로 정해 할아버지'할머니와 추억, 함께한 경험 등을 주제로 한 '체험수기 쓰기 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 밖에 시교육청에서는 지난해 조손 관계 회복을 위한 장학자료 '1'2'3 세대의 아름다운 同行 이야기'를 발간했다. 이는 초등학교 전 학년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자연스럽게 세대공감 교육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으로 구성돼 있다.

◆조손 관계회복, 어떻게 할까?

조손 관계 회복교육은 언제, 어떻게 실천하는 것이 좋을까?

이는 ▷학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학급 단위 또는 교과수업 시간을 활용해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학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학생들의 조부모, 지역 어르신들을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고 학교의 행사와 일과에 어르신들을 동참시키는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조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다.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는 물로켓 발사대회, 과학상자 조립대회 외에도 조부모에게서 배우는 '전통과학의 날'을 마련해 '양잿물로 비누 만들기' '새끼 꼬기' 등을 학생들이 접하는 기회를 주면 어떨까?

추석 명절이 있는 9월에는 '전통놀이 체험의 날'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조부모, 지역 어르신을 초대해 제기나 연 등을 만들어 옛 놀이를 함께 즐긴다면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할머니를 더욱 친근하게 느낄 것이다. 또 예절, 연륜에서 오는 삶의 지혜까지 자연스럽게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각 학급에서는 5월 8일 어버이날에 부모님에게만 편지를 쓰는 것이 아닌, 고향에 계신 조부모님께 편지를 쓰고 답장을 받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학교 공개의 날'에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도 초대해 손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지켜볼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박하지만 학급의 크고 작은 일에 조부모가 참여하는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 조손 관계 회복 교육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중'고등학교 교과수업 시간에도 조손 관계 회복 교육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국어 수업 시간에 배우는 '소개하는 말하기' 단원을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나의 관심사나 우리 고장을 소개하는 말하기'를 떠올릴 수 있다. 이때 조부모와 지역에 오래 거주하신 어르신들께 어린 학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들을 여쭈어 보고, 이를 짧은 동영상이나 인터뷰로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주제는 음식, 역사, 노래, 전설 등 자라나는 세대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는 모든 내용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앞선 세대의 삶의 기억과 지혜를 내면화할 수 있다. 동시에 어르신 세대에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전달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조손 회복으로 성장하는 아이들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가 붕괴되면서 집안의 구심점 역할을 하던 어른들이 사라지게 됐다. 이 때문에 가족 간의 갈등은 더욱 치명적이고 다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 내 세대갈등 역시 증폭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시대에 교육청이 실시하고 있는 '사랑의 도시락 데이'와 조손 관계 회복 교육은 공통으로 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자녀의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상생활에서 서로 주고받을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계속 연결돼가는 '소통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소통의 끝에는 소통하는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배려가 생긴다.

최근 전윤수(76)'김옥순(73) 씨 부부는 지난 어버이날에 생각지도 못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바로 손녀인 전희정(달산초 6학년) 양에게서 온 편지였다. 전 씨 부부는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한 손녀가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를 통해 받은 벅찬 감동을 다시 답장으로 담아 보냈다.

전화 통화나 휴대전화 메시지로도 서로 소통할 수 있지만 편지를 통한 마음의 연결은 더욱 따뜻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또 그동안 조부모'손자녀 사이에 잊고 있던 감정들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다.

이렇듯 대구시교육청이 실천하고 있는 조손 관계 회복 교육은 단순히 '조부모님께 효도하자' '버스에서 어르신을 만나면 자리를 양보하자'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일상생활 속에서 ▷조부모님께 문자 쓰는 법 가르쳐 드리기 ▷함께 캠핑하기 ▷시골에 가서 일손 도와 드리기 등 조부모와 사랑을 체험하고 소통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이야기의 연결, 소통의 확장은 반드시 그 존재에 대한 이해와 배려, 존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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