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륜…아내들의 비밀스러운 일탈

봉산문화회관 '체홉, 여자를 읽다'

'체홉, 여자를 읽다' 공연 장면. 봉산문화회관 제공

체홉의 에로티시즘 단편선 각색

파우치에 담긴 여자의 욕망 그려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홉의 미발표 에로티시즘 단편선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을 연극으로 각색한 '체홉, 여자를 읽다'가 다음 달 3일(금) 오후 8시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공연된다.

봉산문화회관이 지난 1월 김혜자 주연 '길 떠나기 좋은 날', 4월 윤석화 주연 '마스터 클래스'에 이어 선보이는 페미니즘 시리즈 3탄이다.

600여 편의 작품을 통해 러시아 단편소설의 새 시대를 연 안톤 체홉(1860~1904)은 수십여 편의 에로티시즘 단편을 썼다. 여자들의 행복과 불행, 일탈과 부정을 다루며 그들의 권태와 욕망, 우수와 눈물에 주목했다. 이 연극은 체홉의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 단편선에 수록된 에로티시즘 작품들 중 코미디 '약사의 아내', 그로테스크 코미디 '나의 아내들', 목가극 '아가피아', 멜로드라마 '불행' 등 4편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 체홉 소설의 에로티시즘에 주목한 연극화 작업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불행'을 제외한 나머지 3편은 국내 초연이다.

연극의 부제는 '파우치 속의 욕망'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들고 다니는 파우치는 비슷한 소지품인 핸드백과 좀 다르다. 핸드백이 겉으로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면, 파우치는 드러낼 수 없는 비밀스러운 욕심을 그 속에 채우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 소지품이다. 부제가 은유하듯, 이 작품은 가정이 있는 여성들의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남편의 감시와 위협, 불륜에 대한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체호프의 작품 속 여자들은 끊임없이 욕망하며 일탈과 자유를 꿈꾼다. 파우치 속에 그 꿈틀대는 마음들이 담겨져 있다.

홍현우 연출가는 "체홉의 단편들 중 로맨스가 돋보이는 네 작품을 엮었다. 여기서 말하는 로맨스는 흔히 얘기하는 달달하고 애절한 로맨스가 아니다. 네 작품 속 사건들은 얼핏 보기에 뉴스에 나올 만한 추잡하고 역겨운 스캔들일 수 있다. 하지만 캐릭터들의 재기 발랄함과 사건들이 주는 반전의 재미가 돋보인다"며 "또한 극 중 누구도 결혼과 가정을 저버린 인물들에 대해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도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지금껏 억눌려왔던 여자의 욕망을 보여주고자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윤성원, 박정림, 이재영, 문현영, 노혜란, 권오율, 홍승일이 출연한다.

전석 3만원. 053)661-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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