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과 이슬람 수니파 이맘(최고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알타예브의 역사적 만남이 이뤄지며 가톨릭과 이슬람 사이의 관계가 해빙 전기를 맞았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셰이크 알타예브는 23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 사도궁전에서 포옹과 가벼운 뺨 키스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약 30분 동안의 회담에 들어갔다. 알타예브는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수니파 최고 종교기관 알아즈하르를 이끄는 대(大)이맘이다.
두 종교의 최고 수장이 직접 얼굴을 맞댄 것은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미국 뉴욕을 공격한 9'11 테러 한 해 전인 2000년,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가 이집트 카이로에서 당시 알아즈하르의 대이맘을 만난 이래 처음이다.
이날 오전 시리아와 예멘에서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최악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날아온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동 첫머리에서 "우리가 만난 것 자체가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맘 알타예브는 바티칸 방문길에 낸 성명에서 "평화와 공존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차원에서 교황의 초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해 비교적 서구에 개방적인 시각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각 종교가 처한 어려움과 종교 간 화해와 화합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진행됐다"며 "교황과 이맘은 이번 만남이 지니는 상징성이 크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고 밝혔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이어 "교황과 이맘은 세계 주요 종교기관과 신자들이 처한 공통적인 과제에 대해 주로 의견을 교환했다"며 세계 평화를 위해 공동 노력하고, 폭력과 테러를 거부하는 데에도 뜻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동에서 기독교도들을 보호하는 문제 등에 관해서도 폭넓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맘 알타예브는 이와 별도로 이날 만남에서 '극단주의에 물든 테러단체'라는 이슬람에 대한 서방의 잘못된 이미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고, 서구 사회에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은 사회와 잘 융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갑작스럽게 발표된 이날 회동은 2013년 직위 이후 종교 간 대화와 화해를 끊임없이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초청에 이맘 알타예브가 응하며 성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그리스 레스보스섬 방문길에서도 이슬람을 종교로 가진 시리아 출신 세 가족을 교황청에 데리고 오는 등 종교 간 화해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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