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지난해 12월 완공하고도 지금까지 6개월째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이유는 산림청의 늑장행정으로 운영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무려 2천200억원의 사업비를 쏟아부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목원이 2년 가까이 문을 열지 못하고 놀린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산림청은 2012년 3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일대 부지 5천179㏊에 백두대간수목원 공사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백두대간의 풍부한 산림과 자연을 활용한 생태탐방지구와 숲길 코스, 그리고 각종 산림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산림청의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지난해 말 21개 건축물, 21개 수목원 등의 시설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개장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운영 주체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다 보니 개원을 할 수가 없다. 산림청과 해당 지역구 강석호 국회의원이 지난해 초부터 통합 법인안, 독자 법인안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뻐걱대기 시작했다. 강 의원이 제출한 독자 법인 법률안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새로운 법률 제정이 계속 미뤄지다 운영 법인의 설립 시기를 아예 놓쳐버린 것이다.
산림청은 개원을 앞두고 새 법률 제정을 포기하고, 부랴부랴 기존 법률에 필요한 조항을 넣어 운영법인을 만들기로 했다. 이것 또한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정식 개원을 하려면 내년 7월쯤 돼야 가능하다고 한다. 당초 수목원의 계획 시점부터 예산 조달, 공사 기간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있었는데, 운영 주체 하나 정하지 못했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다. 경위가 어찌 됐든, 산림청은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전국 최고의 생태탐방코스와 힐링코스, 세계 최고의 산림연구시설 등으로 홍보했기에 수많은 사람의 기대를 모은 곳이다. 산림청은 이제부터 행정적, 법률적 절차를 서둘러 수목원이 하루빨리 개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엄청난 돈을 넣어 잘 지어놓고 계속 놀리고 있으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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