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우리들은 새싹들이다

얼마 전 종영된 TV 프로그램 중 어린이 동요대회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보고 있노라니 어린 시절 많이 시청한 창작동요대회가 기억났다. 이런 대회들은 좋은 성악가도 배출했고 아이돌 가수도 배출했다. 그리고 동요의 노랫말 하나하나가 동심의 세계를 잘 표현했다. 그 순수함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회라는 특성 때문에 순수함은 보이지 않고 성인들을 흉내 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어른들의 경쟁의식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동요대회 속 아이들은 단순히 목에 힘을 주어 큰 소리로 노래하거나 화려한 퍼포먼스만 펼치기 일쑤다. 동요대회가 아이들이 가진 순수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변질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도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대학에서 주최하는 경연대회에 행사 진행요원으로 자주 일했는데, 그러다 보니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었다. 경연대회를 보고 있으면 어린 친구들이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참 잘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아직 고음을 소화하기에는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목에 힘을 가득 준 채로 소리만 지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했다. 당장 대회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 어린 친구들이 성대를 다쳐 평생 즐겨야 할 노래를 즐길 수 없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경우 심사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기 마련이다. 다행히 필자가 다니던 대학에서는 변성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은 경연대회에 참가할 수 없도록 했다. 현명한 조치라고 생각했다.

예전의 동요대회와 요즘의 동요대회는 완전히 다르다. 앞서 언급한 동요대회도 가족예능, 동심을 저격하는 뮤직 쇼를 표방했다. 단순히 아이들의 노래만 다룬 것이 아니라, 스토리도 만들어 넣고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여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 분명 필자도 첫 회를 보며 아이들의 노래 실력에 엄청 놀라워했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감동에서 걱정으로 생각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방송 특성상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운 곡을 준비해 연주하는데, 노래와 음악이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듯이 아이들 노래의 완성도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단시간에 강도 높은 연습을 해서 그런지 성대가 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과연 이러한 경연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이 정말 행복한가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다. 혹시 어른들의 욕심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평생 부르지 못하게 하는 과오를 범하는 건 아닐지 고심해 봐야 한다. 아이는 아이다울 때 가장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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