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정치가 선도자가 되려면

장대진 경상북도의회 의장

장대진 경상북도의회 의장
장대진 경상북도의회 의장

많은 전문가가 '우리 사회는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선도자(fast mover)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국가 안보와 경제를 지키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전의 발전전략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 등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기 때문에 경제 부문에서 이러한 지적을 많이 한다. 사실은 정치에서 먼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직시하고 변해야 한다. 정치는 그 시대의 최대 가치를 선별해 비전과 정책을 만들어 구성원들과 함께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선도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정치는 어느 분야보다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비전 제시를 통해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현안 해결과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3년, 5년, 10년, 20년 후를 전망하면서 바람직한 정책을 제시해 공동체가 그렇게 갈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 속에서 그들만의 권력 배분과 다툼으로는 미래가 없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다가올 시대정신을 그려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가야 한다고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 막스 베버가 강조한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이 가져야 할 열정과 책임윤리 그리고 균형 감각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다음은 디테일(detail)해야 한다. 과거에는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는 큰 그림과 방향을 제시하고, 문제만 해결해 결과만 좋으면 되고 세세한 부분은 아래 사람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낳고, 문제는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작은 문제, 사소한 일, 세부적인 사항의 발생 원인과 결과,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 향후 전망까지도 세밀하게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어 조직 유지와 발전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거나 조직이 없어질 수도 있다. 지속적인 학습에 근거한 합리적인 분석력과 많은 경험을 통해 내재화한 직관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직업과 계층, 다른 배경과 행동방식 및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현실과 기대 욕구를 만족시키고, 상호 양보와 배려 및 연대와 통합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정치는 지역주민의 작은 일부터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고 디테일 관리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과 가치를 지닌 사람들의 소통을 통해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정치이다. 정치란 희소한 자원의 공정한 배분을 위한 갈등과 충돌을 조절해 최적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조정작업이다. 이제 권위주의적 리더십은 시대착오적이다. 서로 다른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면서 주민의 무한한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통합과 설득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정치는 선한 목적을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잡는 결단이 요구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싸움의 능수보다 타협의 고수가 필요하다. 이제 다툼과 진영의 정치를 넘어 대화의 정치, 타협의 정치, 포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주민의 눈높이에 맞는 감동의 정치가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을 결정한다. '배제하는 가치'인 의(義) 정치를 넘어 '포용하는 가치'인 인(仁)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낡은 패러다임을 깨고 '변방의 정치'가 '중심의 정치'로 가야 한다. 미래는 주어지거나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