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정치, 안동에서 배우다

반기문, 29일 하회마을 방문 '서애 류성룡 리더십'과 연계 외교 강한 지도자 이미지 각인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려온 안동이 1년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 정국에서 정치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하회마을 방문과 야권의 대선 주자 가운데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도산서원, 임청각 방문이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이 방문한 곳이 우리 역사의 대표적인 국난으로 손꼽히는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극복하려 한 두 지도자 서애 류성룡 선생과 석주 이상룡 선생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곳인 데다 안동 정신의 상징인 도산서원까지 포함돼 있어 안동이 리더십의 도시로 재조명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안동을 본거지로 한 리더십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 총장이 일본에서 열리는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 콘퍼런스 참석 일정에 맞춰 안동을 방문, 서애 류성룡 선생 종택이 있는 하회마을을 찾고 경북도청 신청사를 찾은 것은 '류성룡 리더십'을 배우고 대구경북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번 안동 방문을 통해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으로 있으면서 전란에 휩싸인 나라와 백성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과 명나라 그리고 왜의 사이에서 탁월한 외교를 펼침으로써 전란 극복의 리더십을 보여준 서애 류성룡 선생과 변방 국가의 외교관 출신으로서 세계 외교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자신을 대비시킴으로써 21세기형 국가지도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한다는 해석이 정치권 주변에서 유력하다. 반 총장은 또한 이번 안동 방문을 통해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등 경북과 안동을 대표하는 인사들과 만나는 등 박근혜정부의 뿌리인 대구경북(TK)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겠다는 인상을 심으려 할 것으로 분석된다.

공교롭게도 반 총장이 방문하기 이틀 전인 27일 더민주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 전 대표도 안동을 방문했다. 이전에 계획됐던 방문이라고 했지만 문 전 대표의 안동 방문은 반 총장의 방문에 앞서 같은 도시를 찾았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퇴계 이황 선생을 모신 도산서원과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 본가인 법흥동 임청각을 찾았다. 문 전 대표가 젊은 시절 도산서원 근처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한 인연이 있다지만 안동을 넘어 영남의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도산서원과 전 재산을 나눠주고 처분한 후 일가친척 50여 가구를 이끌고 서간도로 망명해 일생을 항일에 바친 석주 선생의 독립정신이 살아 숨 쉬는 임청각을 방문하는 등 안동의 정신에 방점을 둔 행보를 보였다. 반 총장과는 차별화된 일정이었다. 문 전 대표가 4대강 사업으로 환경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내성천을 방문한 것도 야권의 대표 주자로서의 상징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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