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학자 진중권이 본 한국 음악의 보석들…『진중권이 사랑한 호모 무지쿠스』

진중권이 사랑한 호모 무지쿠스/진중권 지음/창비 펴냄

미학자 진중권이 한국 음악계의 보석 7인과 만났다. 진중권은 2014년부터 창비 팟캐스트 '진중권의 문화다방'을 진행했고, 여기서 가수 윤종신, 가수 고(故) 신해철, 클래식 평론가 장일범,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 피아니스트 손열음, 소리꾼 이자람,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를 인터뷰했다.

신해철이 1989년 데뷔 때부터 2014년까지의 작업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음악관과 인생관에 대해 밝힌 인터뷰는, 그가 2014년 10월 27일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한 인터뷰이기에 특히 소중한 기록이다. 2014년 8월 25일 신해철은 새 앨범 6집 '리부트 마이셀프 파트1'(Reboot Myself Part1)을 들고 진중권과 만났다. '재시동'이라는 뜻인 '리부트'는 과거 흐름과의 단절을 뜻하는 것일까, 연계를 뜻하는 것일까. 그의 앨범 제목과 상관이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신해철은 우리나라 대중음악 환경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한 가지 새로운 흐름이 들어오면 옛날 흐름이 죽어버려요. 살아남아서 누적돼야 하는 데 전멸해버리는 거죠. 한 장르가 통째로." 신해철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록, 발라드, 재즈, 일렉트로니카, 국악 등 다양한 장르를 추구했고, 그 잡종 교배에 힘쓴 것은 물론 자신이 자신의 변종이 되기를 거듭했던 아티스트다. 그의 디스코그라피는 그가 한국에서 구현된 다양한 장르의 인큐베이터였음을 입증한다.

급변한 음악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1990년대 음악시장의 황금기를 맛본 신대철(시나위), 윤종신이나 생존이 화두가 된 2000년대에 인디음악 씬에 등장한 제작자 고건혁(붕가붕가레코드), 그리고 클래식 음악 평론가 장일범이 크게 다르지 않다. 창작을 하는 뮤지션과 음원을 향유하는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을 꿈꾼다.

신대철은 대기업이 너무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불합리한 음원 유통 구조를 지적하며 2014년 7월부터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조합은 음악 생산자만의 단체가 아니다. 듣는 사람, 즉 소비자도 함께할 수 있는 조합이다. 신대철은 "음원을 유통하는 플랫폼이 수익을 덜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면 그만큼의 이익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현재 음원 서비스에서는 저작권자가 10%, 실제 연주자가 6%를 가져간다. 스트리밍이 100만 회 발생해야 생산자에게 360만원이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윤종신은 여러 곡을 모은 '앨범'은 아니고 그렇다고 한 곡씩 공개하는 '싱글'과는 좀 다른 '월간 윤종신'이라는 1인 매체를 2010년 4월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름 그대로 매달 한 곡씩 발표하는 것이다. 윤종신은 "2, 3년에 한 번씩 음반을 내고 6개월 정도 활동하는 시스템으로는 직업을 영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 앨범을 내면 홍보 시점에 몇천만원을 들여 홍보해야 한다. 이런 앨범 시장에서는 이제 수익이 날 수 없다. 그런데 요즘은 음원 파일과 이미지 하나면 온라인을 통해 '가볍게' 선보일 수 있다. 또 지금 떠오른 생각을 앨범이라면 내년에 공개해야 하지만 '월간 윤종신'이라면 이번 달 안에 발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장기하와 얼굴들'과 '브로콜리 너마저' 등의 음반을 제작하며 2000년대 인디음악 씬의 중심을 잡은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는 "음악 CD를 구매한 지 오래됐다"며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오히려 기회"라고 말한다. 다른 산업과 다를 바 없이 음악시장도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대표가 주목하는 현상은 수집 목적 LP 음반 시장의 성장과 인디 밴드가 나오는 음악 페스티벌에 수만 명의 팬이 모이는 것 등이다. 신대철의 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극심한 변화 속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요. 사람이 있고, 사람은 음악을 듣는다는 단순한 사실이죠."

굳건하던 클래식 음악계도 음악 시장의 변화 추세를 피해갈 수 없다. 장일범은 "고급음악도 음원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히려 디지털 콘서트홀 같은 스트리밍 방식을 통해 지리적 장벽이 허물어지며 클래식 음악 청취층이 늘고 있다"면서도 "서양은 클래식 음원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만 클래식 공연 시장도 함께 잘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365쪽, 1만6천500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