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너지, 태양에 답 있다

설치 쉽고 수명 길고 유지 간편, 태양광산업 올 20% 성장 전망

휴대용 태양광 패널
휴대용 태양광 패널 '솔라페이퍼'
태양광 랜턴
태양광 랜턴 '솔라퍼프'
'라이프팩'
'라이트세일'

태양의 계절이 돌아왔다. 강렬한 햇볕 아래에서는 오래 서 있기조차 힘들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저절로 떠오르는 여름이다. 그리스 신화 속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가 아니더라도 오후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피하고 싶기만 하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태양으로 돈을 버는 시대다.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이 급성장하면서다. 기술 발달에 힘입어 2050년에는 지구촌 전기의 26%가 햇빛에서 만들어져 최대 전력 공급원이 된다는 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이다.

이번 주 '즐거운 주말'에서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산업에 대해 알아봤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신세계다. 태양을 피하는 법은 없다.

◆무궁무진한 응용 범위

25일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solar'로 검색했더니 709건의 아이디어 목록이 떴다. 태양풍을 바람 삼아 대기권을 항해하는 우주 돛단배 '라이트세일'(Light Sail)이 가장 많은 후원자를 모았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다른 프로젝트 대부분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위는 태양광 랜턴인 '솔라퍼프'(Solar Puff)였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소식을 접한 개발자가 긴급구호용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8시간 충전으로 8~12시간 빛을 내며, 방수 가능한 천 소재를 사용해 구명조끼로도 활용할 수 있다. 3위는 한국 '놀라디자인'(영문명 Yolk)의 '솔라페이퍼'다. 휴대용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기다. 일반 다이어리 크기이며 가벼워 들고 다니기에 편하다. 이 밖에 태양광 발전은 물론 블루투스 스피커와 보조 배터리까지 갖추고 있는 배낭인 라이프팩(Life pack), 하루 충전으로 6개월 연속 사용 가능한 소형 조명인 '엘리움 솔라'(Ellum Solar) 등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태양광 발전은 공급되는 원료가 없기에 초기 자금 외에는 유지 비용이 적게 든다. 인도 코친 국제공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태양광만으로 가동하는 공항이다. 4만6천 장에 이르는 태양전지 패널에서 12㎿의 전력을 생산한다. 투자비 950만달러는 6년 안에 회수할 전망이다.

또 네덜란드 남부의 덴보쉬지역 고속도로에는 소음방지벽 역할까지 하는 화려한 태양전지판이 있다. 기존 실리콘패널보다 발전 효율이 다소 낮지만 훨씬 세련된 모양이어서 활용도가 높다.

◆터닝포인트 맞은 태양광산업

태양광 발전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치가 쉽고 유지'보수가 간편한 데다 수명도 2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태양광산업은 20% 이상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이 주도해온 태양광산업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침체의 길을 걸었다. 재정 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이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줄였고, 국제 유가마저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2016년이 태양광산업에서 기록을 깨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태양광산업이 터닝포인트를 맞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태양광산업이 다시 관심을 끄는 것은 당위성 덕분이다. 인류는 자원 고갈과 환경 악화라는 화두를 안고 있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의 경우 재생가능에너지 선호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과반은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70% 이상은 에너지원 가운데 원자력을 줄여야 한다고 꼽았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같은 이유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매달리고 있다. 클린턴 힐러리 미국 대통령 후보는 "당선되면 첫 임기 내에 전국에 5억 개 이상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023년까지 태양광 발전량을 3배로 끌어올려 원전 의존도를 대폭 낮추겠다"고 밝혔다.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도 청정에너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해 국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인근 나라에도 전력을 판매할 계획이다.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가 지난해 본사 건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역시 2020년까지 전력 사용량의 7%를 청정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아직 갈 길 먼 대한민국

우리 정부 또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태양광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발걸음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탓이다. 지난해 기준 에너지원별로는 폐기물에너지(67%)와 바이오연료(13.3%)가 대부분이었고 수력(9.7%), 태양광(4.9%), 풍력(2.6%), 해양(1.1%), 지열(0.9%), 태양열(0.5%) 등은 미미했다.

태양광만 놓고 보더라도 2015년 8월 기준으로 한국 발전설비 용량은 95.8GW이지만 태양광은 2.5GW에 불과하다. 지난해 세계 태양광 발전은 전년 대비 28% 성장한 58GW에 달한다.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국내 연구'개발 수준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시장이 너무 작아 산업 발전이 더디다"고 말했다. 50만㎾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대형 발전사업자가 총 발전량 중 일정 부분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의무화한 RPS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제도에서 대형 발전사업자는 의무 할당량만큼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의무를 대신할 수 있는데 그 규모가 작고 벌금도 낮다"며 "국가 재정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광 발전의 원리는 1839년 프랑스 물리학자인 알렉상드르 에드몽 베크렐이 발견했다. 1903년 퀴리 부처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앙투완 앙리 베크렐의 아버지다. 이를 상용화한 것은 미국의 벨 연구소로, 1954년 세계 최초로 실리콘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태양이 강렬하면 태양광 발전량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불볕더위가 오히려 전기 생산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스위스 매체는 현지 에너지 전문가를 인용해 "태양광 발전이 일조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만, 일조량이 너무 많아지면 온도가 올라가 태양광 전지의 효율이 떨어진다"며 "태양광 발전에 가장 이상적인 날씨는 맑은 가을이나 봄철"이라고 밝혔다.

비가 오는 날에도 태양광 발전은 가능할까? 정답은 '예스'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해양대학 연구팀은 우천 중에도 비로 발전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을 개발했다. 기존 태양전지와는 다른 발전 시스템을 채택했기 때문인데, 에너지 변환 효율은 아직 많이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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