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정도 에너지 자급자족 시대로…변화하는 에너지 패러다임

맑게 갠 대구의 하늘. 대구는 일사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높은 반면 강수량, 강수 일수, 습도, 안개 등은 적어 태양광발전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맑게 갠 대구의 하늘. 대구는 일사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높은 반면 강수량, 강수 일수, 습도, 안개 등은 적어 태양광발전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구 중구청 지원사업으로 250W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춘 중구 남산휴먼시아 2단지 아파트. 태양광으로 대형 냉장고 1대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 가구당 월 1만원 안팎의 전기요금을 아끼고 있다. (주)마이크로발전소 제공
대구 중구청 지원사업으로 250W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춘 중구 남산휴먼시아 2단지 아파트. 태양광으로 대형 냉장고 1대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 가구당 월 1만원 안팎의 전기요금을 아끼고 있다. (주)마이크로발전소 제공

에너지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환경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기술 발달로 신재생에너지원의 발전단가가 낮아진 덕분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 화력 같은 대규모 발전보다 소규모 신재생 분산 전원을 활용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각광받는 추세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대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10층 이하 신축 건물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기까지 했다. 에너지 해외의존율이 97%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구는 태양광이 가장 적합

신재생에너지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그중 시장규모가 크고 활성화된 것은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다. 하지만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으면 효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구시의 의뢰로 기초전력연구원이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에 가장 적합한 분야는 태양광이다. 직달 일사량(지면에 직접 도달하는 햇볕의 양)은 국내 평균 수준이나 다른 기상요소들이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높을수록 태양광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온'일조시간은 국내 평균보다 높다. 반대로 태양광 발전에 부정적 요소인 강수량, 강수 일수, 습도, 안개 등은 적었다.

특히 맑은 날이 많고 일조시간이 길어 다른 지역에 비해 태양광 출력의 불안정성이 덜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건 외에 설비를 얼마나 설치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직결되는 '기술적 잠재량'도 뛰어났다. 이에 비해 대구의 풍력은 평균 풍속이 초속 2m도 되지 않아 발전에 부적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석준 대구시 미래산업추진본부장은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기상 환경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현재 6%대에서 2035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대구시는 2004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2천163가구에 신재생에너지 설치 보조금 36억원을 지원했다. 에너지원별로는 태양광이 1천882건, 태양열이 251건, 지열이 28건, 연료전지가 2건이었다. 대구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2014년 기준) 6.1%는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전국 평균 4.08%)이다.

◆내가 쓸 전기는 우리 집에서

대부분의 전력 소비자가 태양광 발전에 관심을 갖는 계기는 전기료 절감이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 때문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기초전력연구원이 지난해 가을 대구 테크노폴리스 입주기업, 국가산단 분양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부지 제공 외에 초기 부담이 없다면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그렇다' 28%, '매우 그렇다' 37%였다. 그런데, 추가적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27%, '매우 그렇다' 13%로 긍정적 답변이 크게 줄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 정부가 설치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유도해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반 가정의 경우 대구시에서 태양광 주택지원사업, 아파트 발코니 소형 태양광 보급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6일 현재 104가구가 신청한 주택지원사업(3㎾ 이하)은 가구당 시비 140만원과 국비 201만원이 지원돼 설치비의 절반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대구시가 마련해둔 올해 관련 예산은 3억5천만원이어서 아직 여유가 있다.

소형 태양광(200∼300W) 보급사업은 남향 아파트가 대상이다. 발코니에 태양광 발전 모듈을 부착하는 것으로, 이사할 때는 가전제품처럼 쉽게 해체할 수 있다. 올해는 8개 시'군의 22개 아파트단지를 선정, 모두 600가구에 설치비의 50%(가구당 최대 40만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관을 해친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신청가구가 251가구에 그치고 있다. 이대원 대구시 청정에너지과장은 "발코니형은 많은 발전량은 아니지만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에 누진세 적용을 한 단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의 대구시 청정에너지과(053-803-5910).

◆남은 전기는 옆집에 판다

개인이 생산한 전기를 이웃에 직접 파는 길도 열렸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태양광 등을 통해 소규모로 생산한 전력은 한전이나 전력거래소에만 판매할 수 있었다. 아파트 등 소비 주체는 다시 한전 등으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16일 학교 등에서 쓰고 남은 전기를 아파트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프로슈머 거래'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프로듀서(Producer'생산자)와 컨슈머(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인 프로슈머란 전기를 생산한 뒤 자체적으로 쓰고 남은 전기를 판매하는 주체를 의미한다. 프로슈머는 한전에 팔던 전기료보다 더 비싸게 아파트 등에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는 한전에서 사던 요금보다 최대 10%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한전은 오는 7월 자사 홈페이지에 프로슈머 거래 신청 절차를 마련하고, 다음 달부터 각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프로슈머 거래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전 측은 "프로슈머 거래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면서 송배전 사업자의 전력망 건설'유지 비용도 절감하는 윈-윈 솔루션이 될 것"이라며 "프로슈머 거래 잠재 시장의 규모는 약 1조5천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월 평균 350kWh 이상 전기를 쓰는 단독주택(공동주택은 입주자 3분의 2 동의 필요)이라면 한국에너지공단의 '태양광 대여사업'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대여사업자가 주택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조건으로 주택 소유자에게 대여료를 징수하는 형태다. 월 450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단독주택이 태양광 3kW를 설치하면 전기요금이 월 10만9천960원에서 1만9천560원으로 줄어든다. 사업자에게 대여료 7만원을 내더라도 월 2만1천원을 아낄 수 있다. 설치 용량과 전력사용량이 많다면 소비자 편익은 10만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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