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수능 문제 소송 전말기

지난주 법원에서는 2016 수능 국어 A형 19번 문제가 오류라며 사교육 업체 강사와 수험생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의 근원은 작년 이 칼럼에서 다룬 '유추와 논리'(2015년 8월 24일 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유명 사교육 업체의 강사가 "EBS 집필자도 몰랐던 수능 출제의 원리!"와 같은 문구를 내세우며 EBS 교재의 문제가 틀렸다는 강의를 홈페이지 메인에 올려놓았었다. 작년 칼럼에서는 그 강의가 잘못된 유추를 사용해서 논리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 다루었었다.(무슨 정보력이 있기에 '집필자도 몰랐던 수능 출제의 원리' 운운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어쨌든 그 강의에 대응하기 위해 EBS에서는 수능 출제위원장이나 출제 기획위원을 역임했었던 교수 7명에게 판정을 요청했다. 7명 모두 강사의 강의는 글의 내용은 읽지 않고 답지만 보고 판단하는 전형적인 요령으로 문제 풀기이며, 글의 내용을 오독한 것이라고 판정을 했다. 학생들이 실제 수능에서 이렇게 풀다가 낭패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의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국 수능 후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 강사는 EBS 문제를 비판했던 것과 똑같은 논리가 인정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 문제의 내용은 애벌랜치 다이오드에 대한 것이었는데, 애벌랜치 다이오드는 광통신에서 케이블의 길이에 따라 신호가 약해지는 것을 보완하는 장치이다. 지문에서 흡수층에 광자가 들어오면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되고 전자는 애벌랜치 영역에서 가속을 통해 늘어나면서 정확하게 전기 신호로 옮긴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되었던 답지는 이렇다.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되려면 흡수층에 광자가 입사되어야 한다." 그 강사는 흡수층에 광자가 입사되지 않아도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흡수층에 광자의 입사가 없어도 열이나 충격으로도 전자와 양공 쌍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출제를 한 그 분야 전문가 교수가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빛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전자와 양공 쌍이 형성되는 것은 기계가 오작동하는 것이다. 글에서 빛이 들어와 이것을 기계가 인식하는 원리를 실컷 이야기해 놓고 글에서 한 번도 언급이 된 적이 없는 오작동하는 경우로 답을 판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수능 국어 문제는 글 전체의 내용과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유명 강사들이 이야기하는 도식적인 방법은 빨리 푸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자의적인 해석이 될 수도 있다. 항소를 할 수도 있겠지만, 수험생들은 그렇게 힘든 방법 대신 지문 안에서 답의 근거를 찾는 방법을 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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