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세계 금연의 날'을 맞이하며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88년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WHO는 세계 금연의 날을 통해 전 세계 흡연자들이 담배 의존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매년 강도를 높여가며 경고하고 있다.

WHO는 지난 2003년 세계보건총회(WHA)에서 만장일치로 담배 규제에 관한 기본협약(FCTC)을 채택하고, 각 당사국이 금연정책에 실제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FCTC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80개 이상의 국가가 비준한 보건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협약으로 작동하고 있다. WHO는 FCTC 협약을 당사국들이 얼마나 잘 이행하고 있는지 2년마다 점검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해 각 나라에 개선을 촉구한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담배 규제 흐름은 흡연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각 나라의 공중보건 문제이기 때문이다. WHO에 따르면 매년 흡연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600만 명이 사망한다. 이는 싱가포르 등과 같은 작은 나라의 전체 국민 숫자와 비슷하다. 우리나라도 매년 6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담배는 시작은 쉬워도 끊는 것은 쉽지 않다. 담배의 중독성은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마약에 비교될 정도로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때 1년 성공률은 고작 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흡연율은 지난해 현재 39.3%로, 담배가격 인상과 음식점 금연구역 확대 등을 통해 공식 조사 이후 최초로 30%대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이다.

더구나 여성의 흡연율에 대한 통계치는 여성 흡연을 경원시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상 드러난 것보다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최근의 일부 연구들은 오히려 청소년들의 담배 접촉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등의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따라 지난달 10일 발표한 비가격 금연정책은 청소년들을 담배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초점을 뒀다.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이 담배광고나 화려한 포장지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게 하고, 담배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인 흡연율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흡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 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숙이다. 흡연이라는 행위가 지금까지는 단순히 나쁜 생활습관 정도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그 행위 자체가 치료가 필요한 니코틴 중독이라는 질병으로 이해하는 사회적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흡연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금연을 권유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또한 흡연자들은 자신의 흡연 행위가 단순히 자신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간접흡연과 3차 흡연 등의 문제를 일으켜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경각심을 바탕으로 흡연 금지 구역이나 흡연규제와 관련된 법규 등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성숙한 시민의식의 바탕 위에서 본인과 가족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인 금연을 결심하고 과감하게 실천해보는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란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떠나 보내긴 아쉬워도 담배는 과감하게 떠나 보내는 의미있는 세계 금연의 날이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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