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산, 가덕도 아니면 정부 결정 불복하겠다는 말인가

촛불집회·거리행진 등 이성 잃은 반칙 행위 계속

국책 사업에 불복 선언, 전례 없는 지역이기주의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예정지 발표를 앞두고 부산시의 움직임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가덕도 유치를 위해 릴레이 현장방문을 하는가 하면, 대규모 촛불집회와 거리 퍼레이드를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부산시가 정부 결정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 나중에 정부 결정을 불복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과격하고 유치한 수단까지 동원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부산시는 요즘 가덕도 유치를 위해 관련 행사'집회 등으로 영일(寧日)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부산지역 26개 시민단체와 유관단체 등은 오는 14일까지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 '릴레이 방문'을 진행 중이고, 지난달 말에는 부산지역 16개 구'군협의회 의장협의회가 가덕도를 찾아 결의문을 낭독했다. 구청장'군수들도 지난 30일 가덕도를 찾아 가덕도 유치 소망 풍선을 날리는 행사를 가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일 열리는 신공항 유치를 염원하는 '촛불 밝힘' 행사다. 시민 3천여 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가진 뒤 2㎞ 거리 행진도 한다. 무슨 시국집회도 아니고, 정부의 국책사업 결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방법치고는 상식 이하다. 시민단체와 관련 행사를 뒤에서 후원'조직한 부산시의 작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부산 시민단체들은 2일의 '촛불 밝힘' 행사에서 정부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신공항 용역 평가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8일쯤 용역 결과 불복을 선언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운운하는 평가기준은 트집일 뿐이고, 당초 계획한 수순에 따라 불복 선언을 하려는 것이다. 국책사업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자신에게 불리하면 불복하고, 자신에게 유리하면 승복하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에 어이가 없다.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 같은 행태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위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짓이다.

본란에서 몇 차례 강조했듯, 부산시는 지난해 1월 5개 시도지사가 약속한 합의사항을 지키고, 앞으로는 반칙 행위에 나서지 않아야 한다. 신공항이 가덕도로 결정될지, 밀양으로 결정될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당하게 겨루는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가덕도가 아니면 불복하겠다는 턱도 없는 생각을 버리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가덕도의 유리한 점을 알리는 것이 옳다. 부산시가 더는 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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