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SJ "트럼프·샌더스 돌풍은 '경제적 상처' 영향"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 후보들을 차례로 꺾고 대선후보 공식 지명을 목전에 두고 있고, '좌파 중 좌파'인 버니 샌더스가 바람을 일으키며 민주당의 대표적 주류인 힐러리 클린턴의 발목을 막판까지 붙잡는 상황. 올해 미국 대선 기상도가 이같이 '기이한' 형태로 전개되는 것은 2000년대 후반 미 경제불황이 남긴 상처의 여파가 이제야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 지국장인 제럴드 사이브는 지난달 30일 자 기명 칼럼에서 "지금의 특이한 정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 끝에 기본적인 결론에 도달했다"며 "그 결론은 2007년 시작된 경기후퇴와 2008∼2009년 금융위기가 과거에 인식한 것보다는 훨씬 깊고 영구적인 불안과 상처를 유권자들에게 남겼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계 자료상으로는 경제가 회복됐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은 미국인이 아직도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경험 탓에 미국인들이 정치'경제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됐고, '위험한 대체재'(risk alternatives)도 기꺼이 고려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사이브는 주장했다.

민주당의 여론조사원인 피터 하트는 미국인의 당시 충격을 주택화재에 비유했다. "자동차 충돌사고는 몇 달 후 흔적이 거의 남지 않지만, 만약 사는 집이 완전히 불타 버린다면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이브는 "중요한 것은 경기후퇴가 큰 충격을 준다는 점에 있는 게 아니라, 심리적 후유증이 매우 깊고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한다는 것을 아주 천천히 깨닫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경제가 회복됐지만, 비관적인 전망은 계속 이어지는 '지연 효과'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12년 대선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4년이 더 지난 올해 대선에서야 후폭풍이 일고 있다는 게 사이브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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