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 에서 훈련병들이 꼭 저런 과제를 해내는 걸 보았다. 군인들에겐 반드시 통과해야 할 미션이었다. 엎드린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정말 쉽지 않아보였다. 저 아이들은 오래전에 군복무를 마치고 이젠 어엿한 장년이 되어있을 터, 만약 훈련 중에 저 과제가 주어졌다면 참 잘해냈겠다.
날았다! 이쯤이야. 셋이 엎드렸고 네 번째 아이가 날았다. 힘찬 도움닫기 끝에 높이 날았다. 친구들의 몸 위에 떨어지면 놀이에서 지게 된다. 거듭할수록 놀이의 난이도는 점점 높아진다. 친구를 밟으면 안 된다. 자칫 잘못하여 친구들을 무너뜨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자, 높이 날자. 친구들의 등을 넘어서 무사안착하자.
여름이다. 녹음이 우거졌고 뙤약볕이다. 동네 뒷산일 수도 있고 어디 멀리 나들이를 나왔을 수도 있겠다. 뙤약볕 사이로 간혹 바람이 불고 새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더위도 햇볕도 악동들을 막을 수는 없다. 에너지가 넘치고 승부욕 또한 대단하다. 저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인 게다.
1980년 그때만 해도 골목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많이 줄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요즘처럼 밤이 깊도록 과목별로 서너 곳을 다닐 정도는 아니었지만 종합반이 많이 생겨나 있었다. 골목에서 놀다니, 뒷동산에서 저런 놀이를 하다니, 특별히 마음먹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저 아이들의 여름날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나는 좀 더 먼, 더 오래된 사람이어서 고무줄뛰기, 사방치기, 공기놀이를 하면서 학동기를 보냈다. 내 남자 동무들은 골목에서 구슬치기, 자치기를 하다가 해가 빠져야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엉덩이를 툴툴 털면서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아이들 뒤로 보이는 녹음이 우거진 낮은 산, 풀밭에 엎드린 세 친구, 높이 날고 있는 자신감 넘치는 저 아이, 그리고 도움닫기 중인 그다음 아이, 그날의 친구들과 그날의 즐거움을 기억하고 있을까.
◇1980년 小史
▷냉해 흉년, 마이너스 성장=벼 이삭이 필 무렵인 8월 하순 엄습한 이상 저온으로 벼 냉해 현상이 발생해 엄청난 흉작을 안겨주었다. 이 흉작으로 농업 부문 국민총생산은 18.9%나 감소해 가까스로 수년째 자급을 이어오던 국민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1980년 5월 18~27일까지 전남 도민 및 광주 시민들이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퇴진 등을 요구하며 벌인 유혈 시위로, 한국 현대사의 최대 사건이다.
▷강원도 사북사태=1980년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국내 최대 민영탄광인 강원도 동원탄좌 사북영업소에서 어용노조와 임금 소폭 인상에 항의해 광부들이 유혈 쟁의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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