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중략)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중략)
한밤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할까? 나는 은은하게 빛나는 별빛과 달빛의 도움을 받고 싶다. 하늘의 별이 땅으로 소풍왔다. 바로 오늘 소개할 '별꽃'이다.
별꽃은 전국의 밭이나 길가에 흔히 자라는 야생화로 꽃은 주로 3~6월에 피며, 이때 흔히 볼 수 있는 '쇠별꽃'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별꽃은 쇠별꽃보다 크기가 작고, 암술대가 3개여서, 암술대가 5개인 쇠별꽃과 구분된다(사진 참고).
꽃이 달려 있는 줄기(화경)에는 모든 털이 아래로 향해 있으며, 비가 오지 않을 때에는 더욱 털을 경사지게 하여 털에 묻은 이슬을 뿌리 쪽으로 보낸다.
또한 꽃잎이 5장이지만 더 깊게 갈라져 10장처럼 보이게 한다. 그 이유는 더 예뻐져서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환경이 안 좋아 곤충을 불러들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꽃잎을 닫고, 꽃잎 안에 있는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묻혀 자기 집안끼리 수정을 한다. 즉 주변 환경에 따라 자가수정(한 꽃에 있는 암술과 수술이 만남)과 타가수정(다른 꽃과 만남)을 선택하는 아주 머리 좋은 그런 식물이다.
잎에는 사포닌(saponin)이 함유되어 있어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로우나 피부 가려움증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결혼을 한 꽃은 바로 고개를 숙여 종자를 만들고, 결혼하지 않은 꽃은 머리를 꼿꼿이 세워 배우자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곤충이 보면 결혼한 꽃과 그렇지 않은 꽃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즉 '전 결혼했습니다'와 '전 처녀에요'를 분명히 밝히는 꽃이다.
별꽃은 결혼 후에는 바로 종자를 만드는데 종자는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땅에 떨어지면 바로 흙속으로 잘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렇게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살고 있는 하늘의 별을 닮은 별꽃이 땅에 뿌려졌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제 6월이다. 밤에는 하늘에서 아름다운 별들이 노래하고, 낮에는 별꽃들이 땅 위에서 서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별 천국의 6월이다. 이제는 하늘의 별만 보지 말고 땅 위에 뿌려진 별들도 유심히 관찰해 보자. 주말이면 가까운 공원, 야산으로 나가자. 땅에 뿌려진 별들을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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