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부산, 신공항 유치 아닌 백지화 전략?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예정지 발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의 움직임이 비상식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산시는 정부의 입지선정 용역에 대해 '불복' 가능성을 언급하며 '벼랑 끝 전술'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이고, 시민단체와 관변단체들은 14일까지 가덕도를 릴레이 방문한다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의 이런 행태는 지난해 1월 19일 대구'부산'울산'경북'경남 등 영남권 5개 시장'도지사가 만나 합의한 '5개 시도는 정부에 적극 협조하고 유치 경쟁 등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대놓고 위반한 것이며,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떼를 써 사탕 하나 받으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더욱이 정부 국책사업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부산 정치권은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여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압박하는 등 기름을 붓고 있으며, 제1야당은 이 상황을 여권 분열과 정치적 유'불리의 주판을 튕기며 즐기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지난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제2관문공항이 10년 이상 입지조차 정하지 못한 것도 "활주로에 고추 말릴 거냐?"며 타박 주는 수도권 중심주의 사고와 경쟁지역의 과도한 유치 전략 때문인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의 비상식적인 신공항 유치 행태를 보면서 속으로 가장 좋아할 사람은 바로 수도권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서울지역 언론일 것이다. 지난 이명박(MB)정부에서 '신공항 백지화'의 가장 큰 근거가 밀양과 가덕도 둘 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제성 분석을 실시했던 해당 부처의 수요예측 조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잘못되었다는 것이 탄로 났으며, '인천공항 허브화'를 위해서는 신공항을 만들면 안 된다는 사고가 매우 강했던 그들이다. 또한 많은 서울지역 언론들은 지방공항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신공항 또한 수조원의 예산만 낭비할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더욱이 당시 부산과 TK의 유치 경쟁 과열로 MB정부의 정치적 부담도 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의 가덕도 신공항 유치가 과열된다면 오히려 이들에게 '신공항 백지화'의 좋은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 된다. 국책사업의 사업결정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부산시 공무원들과 정치권이 이를 무시한 채 떼를 쓰고 있는 모습은 가덕도 유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인데도 이해할 수가 없다. '밀양에 가느니 차라리 백지화'가 낫다는 입장인건지 되묻고 싶은 심정이다. 또, 총선이 끝나자마자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위해 당을 압박하는 것은 부산 정치권이 집권여당 다선의원을 많이 배출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실제 부산과 대구 의원들의 선수를 모두 합치면 부산이 대구보다 3배나 높을 정도로 대구의 정치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대구시와 대구 국회의원들은 떼를 쓸 줄 몰라서, 밀양 공항 건설 당위성과 논리가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MB정부 시절 신공항 백지화의 교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지난해 1월 맺은 5개 시장'도지사 합의 사항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금이라도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은 경거망동 말고, 시장'도지사 합의사항을 충실히 지키면서 정부 발표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공정하게 진행되어 발표되는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부산시를 보며 정부의 천안함 폭침 사고 조사를 믿지 못하는 일부 과격 시민단체가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 자신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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