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동체 회복의 디딤돌 '할매할배의 날']<4·끝>손주와 소통하는 조부모

지난해 10월 31일 경북도는 영천시민회관에서
지난해 10월 31일 경북도는 영천시민회관에서 '할매할배의 날' 1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이 가족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를 적은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할매할배의 날의 비상(飛上)' 퍼포먼스가 의미를 더했다. 경북도 제공

조부모의 손주 양육은 젊은 부모의 경제적 자립 등의 이유로 좋든 싫든 세태가 됐다. 이처럼 백발이 성성한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것을 '황혼 육아'라 한다.

황혼 육아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일부에서는 조부모의 육아 개념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격대교육이다. 단순히 돌봄을 표현하던 황혼 육아에 교육이 추가된 것.

실제로 그 효과는 상당하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엘더 교수팀이 한 조사에서 조부모와 함께 자란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매우 우수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성취감이 높다는 분석이 발표됐다.

할매할배의 날을 넘어서 양질의 격대교육이 이뤄지려면 조부모는 손주와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할까?

◆당신은 어떤 할매할배인가요?

조부모는 노년기에 새롭게 얻게 되는 역할이다. 조부모 스스로 자신이 이 역할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고민해보면 손주와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

1964년 사회변화와 함께 다양해진 조부모 역할을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조부모 유형을 '공식적인 유형' '재미추구형' '대리 부모형' '원거리형' '가족 내에서 권위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젊은 세대의 복종을 요구하면서 지식과 특별한 기술을 나누어 주는 유형'으로 구분했다. 1983년 또 다른 논문에서는 조부모 유형을 다섯 가지로 나눴다. 조부모 역할이 완전히 생활의 중심이 되어 부모 역할을 대리하는 유형, 조언을 하거나 자원을 제공하는 가치 있는 어른으로서의 도덕적 모델 역할을 하는 유형, 손주와 더불어 자신의 생활을 즐겨나가는 유형, 손주를 통해 이루지 못한 꿈을 실현하는 유형 등이다.

반대로 손주들은 연령에 따라 선호하는 조부모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학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4, 5세 아동은 관대한 조부모를, 8, 9세는 적극적이고 재미를 나누는 조부모를 좋아한다. 이후에는 조부모와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싶어 한다.

◆조부모와 부모 사이 불편하면 아이도 불안

조부모와 부모가 아이의 양육에 대해 소통하면 부모의 부족한 부분을 할매할배가 채울 수 있다. 그래서 조부모와 부모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이 관계가 불편하면 조부모와 손주 관계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

지난해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살펴봐도 조부모와 부모 관계가 긍정적이고 부모가 조부모-손주 관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조부모와 손주의 친밀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조부모와 부모는 평소 아이의 모습에 대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조부모는 손주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록해 뒀다가 부모에게 알려준다. 부모에겐 아이와 틈을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부모도 조부모에게 아이의 일상에 대해 물어야 한다.

더욱이 조부모와 부모의 양육 방식에 일관성이 필요하다. 아이의 같은 요청에 조부모는 들어주지만, 부모가 들어주지 않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불안해한다.

조부모가 지극정성으로 손주를 양육한다 해도 체력의 한계가 있다. 빈자리는 부모가 메워야 한다. 원광대 박화윤 교수팀과 군산대 이영숙 교수팀이 손주를 돌보는 조모 2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손주에게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는 것으로 용돈주기, 놀아주기, 공부 가르치기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장난감 만들어 주기, 노래 가르치기, 영화관'공원에 가기, 동화책 읽어 주기도 자주 하지 못했다.

◆친밀감이 관계의 핵심

앞서 이야기한 대로 성공적인 격대교육, 조손 관계를 만들려면 친밀감 형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할매할배가 손주와 친밀감을 만드는 데 부모라는 숨은 조연이 꼭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는 조부모가 자신들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 자신들이 조부모를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친밀감이 만들어지는 것. 조부모 역시 자신들이 아이들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이는 여러 차례 사회복지학회를 통해 연구 발표된 내용이다.

또한, 조부모 세대 스스로 본인 생활에 만족해야 양육자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영유아는 뇌를 중심으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다. 이 때문에 손주의 양육을 전담하고 있는 조부모라면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조부모가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본인 생활에 만족하면 손주의 양육뿐 아니라 교육자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다는 1977년 연구결과가 있다.

그런데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인 인구 662만 명 중 20.8%가 홀몸노인이다. 이들 중 4분의 1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쳐 있고, 전체 노인 부부 가구의 40%가 노년기의 대표적인 문제인 빈곤, 질병, 소외, 무위 등 이른바 '노년의 4고(苦)' 중 3가지 이상의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부모 자신의 자존감이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이를 극복하려면 조부모 세대의 역량 강화를 통해 손주 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능동적 힘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개발한 '조부모의 손주 세대에 대한 역할수행 강화 프로그램-잘나가는 할매할배, 손주와 통(通)하다'를 활용해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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