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反정부" 외친 부산 신공항 궐기대회

"가덕도 안 되면 민란 난다 밀양에 가면 나라 망한다" 지역감정 조장 발언 쏟아져

2일 오후 부산 서면에서 열린 가덕 신공항 유치 염원 범시민 촛불행사에 참여한 5천여 명의 부산 시민들이
2일 오후 부산 서면에서 열린 가덕 신공항 유치 염원 범시민 촛불행사에 참여한 5천여 명의 부산 시민들이 "가덕도는 신공항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가덕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부산의 영남권 신공항 정치쟁점화가 '지역 감정 고조'와 '가덕도 아니면 불복 운동' 등 금단의 도를 넘어서고 있다.

2일 오후 8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 광장. 약 100㎡ 넓이의 무대 앞에 어름잡아 5천여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 행사장 주변에는 '가덕도 신공항 안 되면 민란이 일어난다' '가덕은 국토확장, 밀양은 옥토훼손'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날 행사는 가덕신공항추진범시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가덕 신공항 유치 염원 범 시민 촛불 행사'.

하지만 문화제가 아니라 마치 반정부 궐기 대회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화 공연으로 채워진 식전 행사가 끝난뒤 사회자가 '신공항은 가덕도'란 구호를 연창하기 시작하자 참가 시민들이 꽹과리 장단에 맞쳐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성단체 한 대표는 단상에 오른 뒤 바로 '가덕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경북X, 국토부장관도 대구X"이라며 이들이 짜맞추기로 영남권 신공항을 밀양으로 민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시민단체 대표는 "가덕도가 안되고 밀양이 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이 정신분열증에 걸리면 나라에 위기가 온다"며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일부 참가자들은 "밀양 신공항에 동조하는 일부 지역 국회의원들이 있다"며 "이들을 색출해 대구로 보내버리자"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6명의 부산 국회의원들도 사회자 유도로 단상에 오른 뒤 비슷한 발언을 했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무너진 상태로 용역이 진행된다면 이는 5개 시도의 합의 전제가 허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합의가 파기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용역의 공정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국토부 장차관 모두 대구경북 사람이다. 정치적인 논리로 밀양 가는 거 막자"며 정치 쟁점화를 부추겼다. 1시간 동안 이어진 행사는 줄곧 영남권 신공항으로 가덕도가 되지 않으면 '불공정'한 결과로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또 참가자들은 행사가 끝난뒤 서면 일대를 행진하며 '가덕 신공항'을 계속 외쳤다.

부산의 도 넘은 '가덕도 집착'에 영남권 타시도의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구'경북'경남'울산 관계자들은 "부산이 신공항 발표가 다가올수록 영남권 상생을 위한 신공항이 아니라 왜곡된 논리 주장을 통해 부산만의 가덕도 주장을 계속 할 것"이라며 "또다른 지역 갈등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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