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최저임금과 기본소득

뉴질랜드는 두 가지 세계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먼저 여성 참정권이다. 1893년 여성에게 처음 투표권을 인정했다. 미국'영국이 1920년과 1928년, 프랑스는 1946년, 한국은 1948년이다. 스위스는 아직 50년이 채 안 된다.

두 번째는 최저임금제다. 뉴질랜드는 1894년 '산업조정 중재법'을 통해 최저임금 제도를 처음 시행했다. 우리 헌법 제32조에도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1980년 5공화국 때다.

노사 간의 임금 결정에 국가가 개입해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고 지키도록 법으로 강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생존권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6월 항쟁 등을 겪은 뒤에야 본격 시행했다. 1988년 2월 당시 최저임금은 시급 462.5원, 올해 최저임금은 6천30원이다. 요즘 이를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크다.

인구 800만 명의 스위스는 최저임금제가 없다. 대신 국민 모두에게 매달 300만원을 주는 '기본소득제' 도입에 관한 국민투표를 5일 실시한다. 가결되면 스위스는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조건없이 보장하는 첫 국가가 된다.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등 논란에다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청년실업에 울고 비정규직 차별에 가슴을 치는 우리에게는 별나라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국민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제가 관심사다. 핀란드는 복지 혜택을 없애는 대신 월 800유로(약 100만원), 네덜란드는 900유로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최저임금을 대체한 '생활임금제'를 올해 도입했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 직원 사망사고를 계기로 저임금과 근로 환경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용역업체에 대거 자리를 꿰찬 서울메트로 출신들이 고임금을 받는데 반해 현장 직원은 100만원 남짓한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소위 '메피아'의 갑질에 분노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의 재판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이제 우리도 시급 몇천원을 놓고 다투는 최저임금제가 아니라 기본소득'생활임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그런데 민생을 살펴야할 국회는 원 구성을 놓고 멱살잡이나 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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