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밑 빠진 독 물 붓기 백사장 복원, 언제까지 하나

경북 동해안 지역 백사장 복원사업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북도가 백사장 복원을 위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4천146억원을 들여 42곳에서 바다에 보를 쌓는 잠제(모래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와 양빈(해안가에 모래를 붓는 것) 등 연안정비사업을 하고 있으나 해마다 바다로 쓸려가는 모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전국적인 모래 부족 현상을 부추기며 크고 작은 모래 분쟁을 일으키는 이유가 되고 있다.

백사장이 줄어드는 것은 모래가 바다로 유실되는 자연현상에다 사람이 이를 가속화시킨 때문이다. 일찍이 해안침식 작용이 시작된 부산 송도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복구하는 데는 한동안 경북도에서 반출한 모래가 사용됐다. 울진 등 경북 동해안 어항에 퇴적된 모래를 파내 부산에 팔아온 것이다. 게다가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도내 28개 하천마다 물관리를 위해 저수지 보 등 인공시설물이 들어서 모래 공급이 크게 줄어들면서 '모래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해안침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 영국 미국 등 선진국들도 30~40년 전부터 해안침식 문제를 겪고 복원사업을 벌여 왔다. 하지만 해안 복원 작업은 모래를 빼온 지역의 침식 작업을 유발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땜질식 처방이 되기 일쑤였다. 우리 정부도 모래가 한 지역에 쌓이기 시작하면 없어진 쪽을 분석해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주는 '순환양빈제'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해마다 바다로 쓸려가는 모래를 양빈사업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한 해만 해도 경북 동해안에서 7만6천㎡에 이르는 백사장이 사라졌다. 축구장 10개 크기의 백사장이 없어진 것이다. 포항 월포 해수욕장은 자갈 해수욕장으로 변해 해마다 다른 지역에서 모래를 사와 해수욕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해안침식 지역 복구사업에 실효성이 있다기보다는 다른 대안이 없어 하고 있다는 것이 경북도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렇지만 대안이 없다고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침식과 복원의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을 자연 상태로 돌려 모래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해안침식을 부추기는 각종 항만 시설 확장을 막아 더 이상 모래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모든 방법을 연구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