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근로자들 목숨 앗아간 '지하 15.2m의 공사현장'

남양주 폭발·붕괴사고 사상자 마지막 위치 추정도 공개

지하 15.2m에 폭 2m.

지난 1일 오전 7시 27분께 폭발사고와 함께 붕괴된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주곡2교 지하철 진접선 공사현장이다.

서민들의 발이 되어줄 지하철 4호선 연장공사에 앞서 지하철 통과구간인 다리 하부구조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아슬아슬한 발판을 밟고 내려가야 하는 이 좁은 지하 작업장 양쪽에 근로자가 5명씩 배치됐다. 철근을 설계에 따라 배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지난 1일 오전 구덩이에서 폭발 사고가 나면서 작업중이던 현장이 처참히 무너졌다. 이로 인해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폭발 직전 이들 사상자 14명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하는 지도가 공개됐다.

유가족대표단은 4일 시공사인 포스코건설로부터 제공받은 '사고 재해자 추정도'를 연합뉴스에 전했다.

그림을 보면 폭발이 발생한 왼쪽에서 심각한 인명 피해가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폭발 위력이 너무 커 작업장 상부에 있던 근로자 1명이 바깥으로 튕겨 나갔을 정도였으니, 지하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들이 받은 순간적 충격이 어느 정도였을지는 굳이 묘사할 필요가 없을 법하다.

신체 일부가 훼손되고 강한 열에 휩싸여 온몸에 화상까지 입었다.

유가족들은 위치 추정도를 보고 자신들의 아버지가, 남편이 위험천만한 현장에서 일을 해왔단 사실을 깨닫고 가슴을 쳐야 했다.

특히 용단 작업을 하는 상부와 바닥 사이에 불티가 튀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가 전혀 없었던 데 경악했다.

또 그토록 깊은 지하에 환풍기도, 안전의 기본장치인 가스 경보기도 없었다는 사실에 답답해했다.

발파작업 담당이었던 정모(60)씨도 당시 지하에서 숨졌다. 지난달 발파가 마무리되면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철근 배근(配筋)작업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신분이었다.

정씨의 사위 황모(41)씨는 유가족 대표로 나서 "아버님의 마지막 위치를 보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기회를 여러 번이나 놓친 게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작업 후 가스통을 안전한 곳에 옮겨놓도록 감독만 확실히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눈감아온 시공사와 하청업체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당시 작업장 외부에 가스통과 산소통이 그대로, 지하에는 가스 호스가 그대로 작업 후 방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공사와 협력업체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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