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병대 행정장교 마이크 스톨로브 중령은 전쟁을 기피하고 후방의 요직만 찾아다니다 이라크 전선에서 자살폭탄 테러에 희생된 한 해병의 유해가 고국으로 운구되자 큰 충격에 빠진다. 얼굴과 상반신이 거의 달아나고 없는 처참한 유해의 주인공은 이제 갓 20세밖에 안 된 첸스 펠프스 일병.
그는 펠프스 일병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받았을 때 전우들이 피신할 시간을 주기 위해 방패막이로 앞장서다 처참한 죽음으로 내몰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자신이 직접 유해를 운구하기로 결심한다. 명색이 대대장급인 중령 계급장까지 달고 안일한 보직만 찾아다니며 어린 해병을 죽음의 전선으로 내몬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다.
펠프스 일병의 유해를 맞은 유족과 고향 마을 주민들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주검으로 돌아온 작은 영웅을 경건하게 받아들이며 생전의 그를 기억하고 긍지를 느낀다. 다민족 국가인 미합중국의 국력이 어디서 나오고 국민들의 애국심이 어떤 것인가를 리얼하게 보여 준다. 그것이 바로 미합중국 국민의 의무이자 애국심의 상징이었다. 〈첸스 일병의 귀환〉이라는 미국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66년 전 북한 공산집단의 불법 남침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되었을 때 우리 국민들도 그랬다. '견위수명(見危授命)! 나라가 위태로울 때 백성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이 말은 임진왜란 당시 홍의장군 곽재우가 의병을 일으킬 때 포효하듯 외친 말이었다. 하여 향토 출신 홍의장군의 격문을 기억하는 10대 중'후반의 어린 학생부터 40, 50대의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내남없이 모두 낙동강 전선으로 달려갔다.
출정하는 장정들이 저마다 태극기에 '見危授命'이라는 격문을 담아 가슴에 두르던 비장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당시 필자의 나이 겨우 10세. 철부지 어린 마음에도 조국의 수호신으로 당당하게 출정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대부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스스로 선택해 갔지만,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조국의 수호신이 아니었던가.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시신을 수습할 겨를도 없는 전사 통보가 잇따라 날아들었을 때 온 동네가 슬픔에 잠겼다. 유족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주민들도 하나같이 자신의 비극처럼 여기며 유해 없는 고인의 장례를 경건하게 치렀다. 그 당시 조국의 안위가 고스란히 이름 없는 민초들의 양어깨에 지워졌으나 그들은 결코 이승만 대통령과 정부를 원망하지 않았다. 국가의 운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만 생각했다.
정작 헐벗고 굶주린 절대다수 국민들의 가슴속엔 나랏일을 걱정하는 애국심이 팽팽히 살아 있었고 풀 이슬처럼 스러져간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번영을 누리는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호국보훈의 달'을 우리는 지금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충절을 기리기는커녕 현충일을 아예 하루 노는 공휴일 정도로 착각하기 일쑤이다.
게다가 여소야대의 정치권에서는 20대 국회를 개원하자마자 마치 전리품을 챙기듯 당리당략으로 국론 분열만 일으키고 가당찮은 대권 도전자들이 벌써부터 차기 정권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다. 그들은 과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
새삼 착잡한 심정으로 현충일을 되돌아보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도록 이 나라를 지켜준 호국영령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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