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영의 진학 디자인] 학종이 상위권 학생들의 몫?

내신 낮다고 지레짐작 '포기' 말라…학교활동 참여 과정 성장 기록 남기길

얼마 전 한 고교 2학년생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내신 등급이 그리 좋지 않은데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한다고 하니 주위 친구들이 가능성이 없다며 그냥 정시 준비나 하라는데 어쩌면 좋겠냐는 내용이었다. 수능이나 내신 성적을 기반으로 하는 정량평가 위주의 학생부교과, 정시 전형의 기준을 학생부종합전형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지역의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 선생님과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여부에 대한 상담을 하기도 전에 학생이나 학부모들 스스로 먼저 그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문제다.

실제로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율을 보면 지역별 편차가 분명하고 특히 우리 지역 학생들의 지원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학생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 수도권 학생들이 우리 지역 학생들과 다른 내신 성적을 받는 게 아닌데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함께 학교 프로그램이 상위권 학생들 위주로 이루어지는 데서 비롯된다.

학생들의 학생부를 보면 내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활동기록이 많이 기재되어 있는 반면 내신이 낮은 학생들의 학생부에는 학생 개인의 학업역량을 볼 수 있는 기록이 별로 없다. 특히 학교에서 많은 관심을 쏟는 교내 대회의 경우 교과 위주 대회가 주를 이뤄 내신이 좋은 학생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는 현실은 개선이 시급하다. 대학들이 교과학습발달상황에 나와 있는 성취도를 통해 내신이 좋은 학생은 충분히 평가하므로 어찌 보면 수상이 당연한 교과 위주 대회를 보탤 필요는 별로 없다.

따라서 학생들의 다양한 학업 역량과 지적 호기심 해결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대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를 대표하는 대회를 제시하라는 서울대의 학교소개서 항목 4번의 취지를 곱씹어봐야 한다. 내신 등급과 상관없이 학생들의 개별적 학업 역량을 보여줄 수 있고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대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내신 성적만으로 지레짐작해 학생부종합전형을 남의 일로 여길 게 아니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신 성적이 다소 낮더라도 한 학기 동안 수업과 활동 참여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학생부에서 보여줘야 한다. 내신 등급만이 아니라 학생부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도 충실하게 기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내신 등급을 잘 받기 위한 학습에서 벗어나 한 학기 동안 자신이 배우는 교과에 대한 탐구활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교과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탐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탐구활동에서는 당연히 교과와 관련된 독서가 우선되어야 한다. 서울대 자소서 4번에서 요구하는 책을 읽게 된 계기를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독서가 이루어져야 한다. 독서활동은 내신 성적에서 보여 줄 수 없는 학업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내신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이러한 활동이 병행되어야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섣불리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다. 현재의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의욕과 열정을 갖고 이러한 일련의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더 큰 기대와 관심을 갖고 내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면서 열심히 학교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어리석은 모습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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