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한 마리를 샀다. 교문 앞에 병아리 장수가 왔다. 오종종한 병아리들은 종이상자 안에서 삐악삐악 소리를 지른다. 고 작은 입으로 연신 삐악거리고 가느다란 두 다리로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물이 담긴 종지에 부리를 담그기도 하고 상자 안에 흩어져 있는 좁쌀을 쪼아 먹기도 한다.
병아리 상자 앞에 아이들이 쪼그리고 앉았다. 만져보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아저씨의 꼬챙이에 살짝 맞기도 한다. "이거 얼마예요? 이거 잘 살아요?"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서 아저씨도 정신이 나갈 지경이다.
주머니를 뒤졌다. 돈이 모자란다. "한 마리만 사?" 뒤에 서 있는 누나와 눈을 맞춘다. 누나가 그러라고 눈짓을 한다. 급한 대로 옷에 싸서 집으로 가는 길이다. 고것이 눈을 빤히 뜨고 고개를 까딱거린다. '아이 귀여워' 병아리를 내려다보며 둘이서 활짝 웃는다. 병아리를 감싸느라 걷어 올린 티셔츠 아래로 보이는 아이의 배꼽도 병아리만큼이나 귀엽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도시 아이들은 봄철이면 교문 앞이나 문방구 앞에서 파는 병아리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엄마들은 탐탁지 않아 한다. 집안을 온통 어질러 놓는 데다 녀석들이 학교에 가면서 "엄마 병아리 잘 봐!" 신신당부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닌 게다.
어미 닭과 제 또래를 떠난 병아리는 대개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밤낮으로 들여다보고 먹이를 주며 거두어 주다가 행여 병아리가 죽기라도 하면 아이는 상처를 받는다. 병아리나 사람이나 무리 속에서 살아야 한다. 아이는 아직 그걸 모르고 예쁜 병아리를 갖고 싶어 하고 키우고 싶어 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다. 욕심이 많아서 네댓 마리를 사왔고 하나씩 잃을 때마다 한참을 울어댔다. 한번은 운 좋게도 한 마리를 제대로 키웠다. 노란 솜털 같았던 등에 갈색 날개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금방 중닭의 면모를 갖추었다. 공간이 부족했다. "이제 닭이야, 막 쫓아다녀야 살 수 있어." 기약 없는 이별을 고하며 시골 큰집에 데려다주었다. 아들 녀석은 큰엄마가 잡아먹을까 봐 내내 걱정을 했다.
◇1985년
▷월드컵 축구 32년 만에 본선 진출=한국 축구가 1954년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김정남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1985년 3월 네팔전, 11월 일본전을 이김으로써 아시아 3-4조 예선을 통과했다.
▷중국 군용기 불시착=1985년 8월 24일 중국 해군 소속 쌍발 제트기 1대가 전북 이리시 신흥동 농조수로제방에 불시착했다. 생존한 조종사는 자유중국으로, 통신사와 사망한 항법사의 유해는 중국으로 보내졌다.
▷남북 고향방문단-예술단 교환=분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남북 교환 방문이 실현됐다. 교환 방문단은 1985년 9월 20일부터 3박 4일 동안 각각 서울과 평양을 동시에 찾았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