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감염 예방과 손 씻기

'과학의 순교자'(이종호 지음'사과나무 펴냄)라는 책에는 과학의 역사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불운하게 생을 마감한 과학자 20명의 삶과 열정이 담겨 있다. 물리학 박사이자 과학서 저술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경영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있다면, 과학자들에게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 어떠한 난관과 위험도 감수하려는 순교자 정신이 있다. 그 두 가지가 접목되었을 때 인류의 미래를 위한 위대한 과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20명의 과학자 중에는 방사능에 노출돼 백혈병으로 사망한 마리 퀴리와 딸 이렌 퀴리처럼 살아서 명성을 얻은 과학자도 있지만, 번개실험을 하다가 번개에 맞아 즉사한 리히만도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이론을 세우고 입증함으로써 미지의 영역을 밝혀내려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연구했고, 목숨을 담보로 한 실험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감염 예방과 치료는 외과 시술에서 필수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멸균과 소독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고, 외과 감염의 실체에 접근한 건 19세기 중반에 들어서였다. 그전에는 멸균이나 소독, 장갑 등을 이용한 무균법 자체가 없는 극히 불결한 환경에서 수술이 이뤄졌다. 모르톤에 의해 마취법이 도입되고, 멸균, 소독 및 장갑 이용 등 무균법이 자리 잡은 후에야 수술 후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과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19세기 중반 헝가리 출신의 산부인과 의사 젬멜바이스는 대학병원에서 출산한 산모가 산파의 도움으로 출산한 경우보다 산후열(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졌다.

당시 대학병원에서는 산욕열로 사망한 산모를 부검한 손을 씻지 않은 채 곧장 분만실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 젬멜바이스는 대학병원의 산욕열 빈도가 높은 이유가 부검실에서 병동으로 전염이 일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후 병동으로 들어가는 모든 의료진은 염소액으로 손을 깨끗이 씻도록 했고, 이후 20%에 이르렀던 산욕열로 인한 산모의 사망률을 1.5%까지 낮췄다.

불행히도 그의 이론은 당시 시대의 권위자들에 의해 매멸차게 기각됐다. 무관심에 좌절한 그는 당시 유럽에서 권위 있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공개편지를 쓰기 시작했지만 허사였다. 마침내 그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보호소에 맡겨진 뒤 얼마 후 세상을 떠났다. 젬멜바이스의 성취는 루이 파스퇴르의 세균이론이 나온 이후에야 인정받았다.

4세대 항생제까지 등장한 요즘도 각 대학병원 감염관리실에서는 감염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가 의료진의 손 씻기라고 지속적으로 홍보한다. 또 병실 입구마다 손소독액을 비치해 놓고 병실을 드나들 때마다 손소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기본은 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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