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가게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해 6월 느닷없이 가게에서 쫓겨났다. 지난 2013년 6월 A씨는 이전 세입자에게 권리금 3천500만원을 주고 가게를 넘겨받아 운영했다. 문제는 기존 건물주가 다른 이에게 건물을 팔면서 불거졌다. 새 건물주가 A씨의 2년 계약이 끝나자마자 '재건축'을 한다며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한 것. 결국 A씨는 권리금은커녕 이사 비용도 받지 못한 채 짐을 싸야 했다.
A씨는 "법적으로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리는 5년이면 사라진다"면서 "피자가게를 운영한 기간이 이전 세입자까지 합쳐 5년이 넘는 바람에 계약을 연장할 수 없었다"고 억울해 했다.
지난해 5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임보법) 개정으로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지만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은 숙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중구 태평로에서 발생한 화재사건(본지 3일 자 3면 보도)도 권리금을 둘러싼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이 원인으로 드러나는 등 '씻을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권리금은 해당 상가의 영업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신규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주는 돈이다. 그러나 임보법 개정 전까지 권리금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세입자는 거액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온 뒤에라도 건물주가 상가를 비워줄 것을 요구하면 '울며 겨자먹기'로 권리금을 고스란히 날리고 떠나야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5월 세입자 간에 권리금 양도'양수를 방해하면 건물주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도록 임보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법의 허점을 악용한 일부 건물주들의 횡포는 여전하다. 건물주가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을 이유로 세입자에게 퇴거를 요구하거나 1년 6개월 이상 상가를 비영리 운영하겠다며 비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18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임대를 주지 않으면 건물주는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보장해주지 않아도 되는 탓이다.
결국 권리금이 비싼 상권의 건물주는 1년 6개월간 월세를 받지 않을 각오로 기존 세입자를 쫓아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면서 거액의 권리금을 받아 챙긴다는 것이다.
권구백 전국상가세입자연대 대표는 "각 지자체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민사소송 없이도 세입자가 구제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의 '상가권리금 현황'에 따르면 대구의 상가권리금은 1㎡당 61만3천원으로 서울(106만2천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또 상가 10곳 중 8곳에는 평균 3천944만원의 권리금이 붙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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