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가덕도와 밀양, 부산과 TK

부산이 너무 막 나가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 용역 결과가 가덕도가 아니라면이란 전제가 붙었지만, 불복을 넘어 정권 퇴진에다 '민란'까지 들먹이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부산 서면 촛불집회에서 감정이 격해져 나온 말이라 이해는 하지만 정도가 심했다. 국내 용역 기관을 못 믿겠다고 해서 공신력 있는 외국 기관에 합의해 맡긴 용역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판을 깨자는 건가?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공식적인 불복 선언만 남았다는 말인가? 부산 시민 총궐기대회와 박근혜 정권 불복운동 그다음은? 부산은 도대체 어떤 답을 가지고 있는가? 가덕도 신공항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사퇴하는 건가? 그다음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가덕도 신공항을 관철시킬 수 있는 사람을 보궐선거에서 시장으로 뽑을 건가?

정부와 관련 지방자치단체가 합의해서 용역을 줬으면 그 결과 여하를 막론하고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또 받아들여야 한다. 답은 둘이 아닌 하나다. 달리 길이 없지 않은가? 누가 되든 희비야 교차하는 법이다. 그러나 결과에는 승복해야 한다. 다 합의해서 추진하는 일을 중간에 이게 아니라고 트집 잡고 생떼를 쓴다고 달라질 건 없다. 달라져서도 안 된다.

스포츠의 세계를 보면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게임 중에 심판의 판정을 보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불공정할 것 같다며 이 게임은 무효라고 선언하고 그라운드에 드러눕거나 퇴장하면, 돌아오는 건 출전 정지나 벌금 같은 제재뿐이다. 심하면 퇴출도 당한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이는 게 정도다.

더욱 유감인 것은 부산은 신공항 이야기를 하면서 사사건건 TK를 들먹인다는 점이다. 마치 신공항이 부산의 가덕도와 대구의 밀양 싸움인 것처럼 몰아가려 한다. 말은 바로 하자. 가덕도는 부산이 맞다. 그러나 밀양은 대구가 아니다. 경북도 아니다. 경남이다. 밀양은 조합으로도 부산과 한데 묶이는 PK에 속한다. TK가 아니다. 그런데 부산은 밀양을 이야기하면서 항상 TK를 들먹인다. TK 정권이라서 밀양이 될 것이란다. 왜 신공항 문제를 TK와 부산의 싸움으로 몰아가려 하는가.

또 부산의 논리대로라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했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구 출신이니 대구는 좋다는 건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디 그런가? 대구의 현주소는 그렇지 않음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또 친박 정권의 본거지인 대구와 TK라서 밀양을 민다고도 했다는데 기가 찰 노릇이다. 밀양 신공항이 된다면 대구는 감사의 표시로 영영 친박들의 도시가 될까? 그건 대구와 대구 사람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역으로 부산더러 그럴 거라면 동의를 하는가. 결코 아닐 것이다. 부산 사람들도 펄쩍 뛸 소리 아닌가? 그러니 친박, TK 정권이라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악의적인 주장이다. 신공항을 친박, TK 그리고 정치와 결부시키지는 말라.

한 번 따져 보자. 신공항이 밀양에 온다고 해도 대구는 대박이 나지 않는다. 밀양과 대구의 관계를 보면 대구는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반면 신공항이 가덕도에 오면 부산은 대박이 날지 모른다. 부산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목을 맨다는 말도 있다. 각종 개발 이익은 온전히 부산 몫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그래서 가덕도에 목을 매는 부산 사람들 목소리만 들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목소리 크다고 가덕도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세상이라면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옳은 게 좋은 것이지 좋은 게 좋은 건 아니지 않은가.

노파심에서 정부에 한마디 하자. 부산의 억지와 겁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어디가 되든 예정대로, 계획대로 발표하라. '정무적' 판단은 필요치 않다. 시끄럽고 귀찮다며 또 결정을 미룬다면 너무 비겁한 일이다. 그렇다면 정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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