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구분 없이 경제민주화 추진"
20대 국회 '어젠다 2050' 모임 발족
이념 다른데 정책 대결 안 하겠다니…
권력 좇는 직업정치인의 핑계에 불과
정치도 직업이다. 그래서 직업으로 정치를 택한 직업정치인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존경받는 현인만이 정치를 하라면 아마도 정치인은 씨가 마를 것이다. 게다가 정치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 널려 있지 않는가? 또 정치가 생계와 상관없어야 한다면 도대체 정치인은 뭘 먹고살아야 하겠는가? 결국 돈 많은 부자와 가족의 의식주를 팽개친 투사들만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왕조시대처럼 정치가 봉사(奉仕)였고 명예로웠던 시대에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정치는 헌신이 아니라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시대 정치의 본질이다. 말하자면 정치는 성직(聖職)에서 전락하여, 권력을 좇는 야망가의 직업이 됐다. 막스 베버는 에서 '정치에 의해' 사는 것과 '정치를 위해' 사는 것을 구분했지만 이제는 그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그래선지 소명으로 투신한 정치인을 찾기는 정말 어렵다. 오히려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과 열정보다는 출신 가문과 준비된 학벌, 풍부한 정치자금 같은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오늘날의 직업정치인이다.
이러다 보니 정치인은 불신의 대상이다. 과거처럼 부패할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공동체를 위해 열정을 가지고 행동할 가능성도 적어졌다. 그저 대중의 눈치를 살피며 유혹적이고 달콤한 말을 일삼는 것이, 살아남아 더 큰 권력을 잡는 첩경이 되었다. 그래서 모호하기 짝이 없는 거대담론을 자주 써먹는다. 노동조합이나 복지 수급자,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조건 아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도생(圖生)의 정치를 하면서 대중에 철저히 영합함으로써 공동체를 수렁에 빠뜨린다. 기가 막힌 것은 부유한 집에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집안의 정치적 후광으로 입신한 자들이 벌이는 행각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서민과 약자의 편이라는 정의(正義) '코스프레' 말이다. 평생, 먹고살기 위해 노동은커녕 장사 한 번 안 해 본 자들이 경제도 민주화해서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진정한 정의가 실천된다고 외친다. 그러나 각론(各論)의 대부분은 그저 부자를 옥죄고 대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들뿐 허점투성이다. 어떤 이는 강연에서 프랑스혁명 당시 광장에서 떠들었을 법한 공화주의를 태연히 말하곤 한다. 그들에겐 가진 자들은 공적(公敵)으로 취급된다. 그들이야말로 가진 자들인데 말이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정치판에 묘한 모임이 탄생했다. '어젠다 2050'이라는 '초당적' 직업정치인 모임이다. 과거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자던 이들이 눈에 띈다. 새누리당에선 김세연,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종인, 국민의 당에선 김성식 의원이 가담했다. 세인의 주목을 받는 무소속 유승민 의원도 보인다. 난 정말 그들을 폄하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국민이 뽑은 선량(善良)이지 않는가? 그런데 그 모임에서 들리는 말은 진보와 보수로 편 가르지 말자는 것이다. 편 가르기로 인심을 얻었지만 결국 실패한 정권은 노무현정부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하다못해 강남과 강북으로 편을 갈랐다. 노 전 대통령은 언제나 못 가진 자와 못 배운 자, 절대다수의 편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런 편 가르기와 진보 보수의 정책 대립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사회주의는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론이 다르다. 예컨대 한정된 재화를 분배하는 방법이 다르므로 치열한 정책대결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대중을 설득하고 상대에게 대안을 제시한다. 그래서 상호 정책을 개선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러려면 이념의 대중화도 필요하고 이념의 치열한 대결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걸 하지 말자니 무슨 소리인가? 하긴 진보와 보수, 좌와 우 이런 게 그들에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들에겐 이념이나 정책도 다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말하자면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것이다. 그래서 설령 권력을 얻는다 해도 그건 헛것이다. 권력만을 추구하는 직업정치인의 말로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런 권력은 정당하게 작동하지도 않는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의 한 명이자 버지니아권리장전을 기초한 조지 메이슨이 직업정치인의 정곡을 찔렀다. '인간의 본성으로 볼 때 권력을 수중에 넣은 자는 언제나, 할 수만 있다면, 권력을 증대시킬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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