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특권은 호기심이다. 물론 모르는 게 많아서 호기심이 많겠지만 상대적으로 아이 때 호기심이 가장 왕성하다.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을 때다. 나이가 들면 그 많던 호기심도 점차 쪼그라든다. 어느 순간, 도무지 알고 싶은 게 없어질 때가 있다. 삶의 매너리즘이 시작되었거나 수많은 경험으로 인해 호기심이 줄어든 탓도 있다. 호기심이 그리워지는 나이가 될 때가 있다.
어릴 때, 호기심 때문에 낭패를 본 일이 다반사다. 일곱 살 어름인가, 아리랑 팔각 성냥통에 불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불을 질렀다가 눈썹을 홀라당 태워 먹은 일, 아버지의 금박 세이코 손목시계를 분해했다가 조립을 못 해 멀쩡한 고급 시계 하나를 거덜낸 일, 친구네 집 철제 도끼를 아궁이에 넣어두면 어떻게 될까 실험하던 호기심 충만한 날들이 있었다.
그 모든 호기심은 결국 꾸지람이거나 야단으로 끝났다.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자신의 지적 욕망을 채워 나가는데 어설픈 호기심들은 어른들에 의해 좌절되었다. 어른의 야단으로 아이들은 하나둘 호기심을 포기한다. 호기심을 충족하든가 야단을 맞든가, 대부분 호기심을 포기하는 일이 더 많다. 철이 든다는 것은 호기심을 잃는다는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성이라 했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천재가 아니다. 다만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어릴 때부터 오직 빛에 대한 호기심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되었다.
나의 유년의 호기심들은 대부분 야단으로 끝났지만 나의 아이들에겐 과연 그 호기심을 제대로 살려줬는지 의문스럽다. 호기심을 북돋아주기보다 "하지 마" "하면 안 돼"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더 많았다.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지적 욕구를 자른 것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키워주면서 합리적으로 전략적인 조절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은 이제 막 피어나는 새싹과도 같은 것이다. 새싹 없는 생명이 어디에 있겠나? 나의 보호 욕구와 아이의 욕구를 조금 더 잘 살폈더라면 하는 후회가 밀려든다.
1987년 小史
▷6'29 선언=1987년 6월 29일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당시 국민의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여 발표한 특별선언이다. 이 결과 10월 27일 국민투표로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졌다.
▷KAL기 테러 참사=1987년 11월 29일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대한항공 여객기가 버마 영공에서 공중 폭발했다. 북한 공작원의 폭탄테러로 밝혀짐에 따라 정부는 폭파 가담자 마유미와 신이치의 시체와 증거를 인도받았다.
▷오대양 32명 집단 자살=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겨 죽은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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