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지정 자산 기준이 8년 만에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높아지며,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인 지주회사 자산요건도 1천억원에서 5천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는 기준 완화 없이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협의와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8년 만에 10조원으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대기업집단 기준은 1987년 도입 당시 자산 규모 4천억원으로 출발했다. 1993~2001년 자산 총액 기준이 아닌 '자산 규모 상위 30위' 기업을 규제했다가 다시 총액 기준으로 바꿨다. 2002년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에서 2008년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공정위는 2007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9.4%), 지정집단 자산합계'평균 증가율(101.3%'144.6%) 등을 고려해 지정 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했다.
2008년 이후 대기업집단 자산합계는 1천162조원에서 2천338조원으로, 대기업집단 자산평균은 14조7천억원에서 36조원으로 늘어났다. 대기업집단 수도 48개에서 65개로 크게 늘었고 최상위'최하위 집단 간 자산 규모 격차가 커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겨 올해 4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사전 규제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공시의무 등 사후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거래법 외에도 중소기업'조세'금융 등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원용한 38개 법령의 규제 대상이 된다.
◆대기업집단 65개에서 28개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완화됐지만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공시의무 등 사후 규제 기준은 현행 5조원 기준이 유지된다. 부의 부당한 이전을 차단하고 소유지배 구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함으로써 경제민주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공정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공기업집단에 대해 앞으로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전(자산 규모 208조원), 한국토지주택공사(170조원), 한국도로공사(57조원), 한국가스공사(40조원) 등 대형 공기업들이 줄줄이 '대기업집단'의 멍에를 벗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기업 방만 운영, 부실 등 문제는 공정거래법과 무관하다"며 "대형 공기업의 갑질 등 불공정행위는 공정거래법 등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카카오, 셀트리온 등 자산 10조원 미만 민간집단 25개와 한국전력 등 공기업집단 12개가 대기업집단에서 빠지면서 65개였던 대기업집단은 28개로 줄어들게 됐다.
공정위는 3년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과 지주회사 자산 요건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기준 상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사후 규제에 대해서만 자산 규모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내용을 반영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하며, 대기업 지정 기준 상향, 공기업집단 제외 등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만큼 9월까지 마무리할 방침이다.
◆카카오'셀트리온, 한숨 돌려
카카오는 대기업 지정으로 총 32개 법령, 78개의 새 규제에 직면하는 상황이었다. 카카오는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자산이 2조7천680억원(2014년 말)으로 9배 이상 급증했고, 올해 초 음악콘텐츠 기업 '로엔'을 인수하면서 자산 총액이 5조83억원으로 다시 늘었다. 이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65개 기업 중에서는 가장 적은 자산 규모였다.
주력 5개사를 제외하면 중소기업 또는 게임, 모바일서비스 등의 스타트업이어서 대기업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으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사로 묶이면서 벤처캐피탈(VC) 투자가 금지되고 관련 업종 진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부의 신속한 법 개정 추진으로 대기업 지정에서 벗어나게 됐다. 모바일 산업 혁신을 위해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처음 대기업 반열에 올랐던 셀트리온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벤처로 창업한 지 14년 만에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셀트리온과 계열사의 자산 총액은 약 5조8천550억원이다. 연구개발비에 따른 세액 공제도 대기업 집단에서 빠지면서 다시 중소기업 수준(3%→8%)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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