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여름이 두려운 엘리베이터

대구소방안전본부 종합상황실에서 7년째 각종 화재, 구조, 구급 등 재난과 사고에 대한 신고 접수 및 상황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동안 안타까운 순간도 많았는데, 대부분 우리 생활과 밀접한 구조물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잘 몰라서 발생한 사고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엘리베이터 사고다. 특히 전력량이 급증하는 여름이면 엘리베이터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진다. 아파트, 상가, 오피스텔 등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사고가 두렵다고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두려움을 지닌 채 엘리베이터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일 재연되고 있다.

2011년 9월 15일. 우리나라 건국 이래 사상 초유의 전국적인 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날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면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히 되살아난다.

그날 오후 4시 30분쯤 전국적으로 동시 다발적 정전이 발생했는데, 그날 119는 마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신고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내 갇힘 사고였다. 예고 없는 무차별적인 정전의 최대 피해자는 시민들이었다. 움직이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고, 엘리베이터 내 모든 전원이 다운돼 암흑천지에 갇히게 된 것이다.

시민들의 119 신고 내용은 두려움, 공포 그 자체였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하지는 않는지,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공기 유입이 차단되지는 않는지를 비롯한 폐소공포증으로 인한 두려움 등 신고자 대부분은 아노미, '멘붕' 상태였다.

이에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엘리베이터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상식에 대해 몇 가지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건물 화재와 엘리베이터 이용과의 관계다. 화재가 났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면 긴급 탈출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화재 시 건물이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 때문에 엘리베이터 이용 중 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화염으로 인해 각층 승강장 버튼의 전기장치가 녹아 합선되면서 화재가 난 층에 정지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수 있는데, 이 경우 문이 열리면서 화염 또는 유독가스에 의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재 발생 시에는 엘리베이터를 절대로 이용하면 안 되고 반드시 비상계단을 이용해 대피해야 한다.

다음은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경우다. 대부분 엘리베이터에 갇히면 추락 위험을 느끼는데, 실제 엘리베이터에는 수많은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고, 로프의 안전성도 높아 로프가 절단돼 추락할 경우는 절대 없다. 이뿐 아니라 로프 브레이크, 비상정지장치, 조속기 등 추락을 방지해주는 장치도 설치돼 있어 안전하다. 다만 화재 등 비상시 내부에서 강제로 엘리베이터 문을 열려고 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 추락 걱정 대신 침착하게 119로 신고하면 된다.

공기 부족에 따른 질식사 우려도 엘리베이터 사고 하면 떠오르는 불안 중 하나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안은 절대 밀폐된 공간이 아니므로 질식할 염려가 없고, 공기의 진출입이 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 오히려 엘리베이터 안이 가장 안전한 공간이므로 절대 무리한 탈출을 시도하지 말고, 엘리베이터 전면에 부착된 승강기번호를 보고, 119로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모르는 건물의 엘리베이터도 승강기번호만 알려주면 119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부디 엘리베이터 사고 없는 안전한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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