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유 속 벌레 신고했더니…업체 "조사는 우리 스스로"

소비자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식품 이물질 지자체 조사 규정 유가공 제품은 대상 제외

백모 씨는 지난 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 앞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우유배달원으로부터 구입한 우유를 컵에 붓자마자 1~1.5㎝ 크기의 이물이 딸려 나온 것. 시커먼 이물질은 길쭉한 애벌레 모양을 하고 있었다. 놀란 백 씨는 구역질을 애써 참으며 우유배달원에게 항의했다. 우유배달원은 "본사로 보내 이물질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느 생산라인에서 제조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우유통과 이물질을 가져갔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는데 1, 2주가량 걸린다"고 설명했다.

백 씨는 "대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인데도 위생 관리가 엉망"이라며 "더구나 해당 업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다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유가공품 등 일부 식품이 신고 의무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가 자체적으로 이물질의 정체를 조사하는 게 관행화돼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2010년 도입한 '식품 이물 신고 의무화제도'는 빵이나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에서 벌레나 플라스틱 등 이물질이 발견되면 식품제조업체가 3일 이내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 관련 부서 등의 조사를 받도록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된 식품 이물 신고건수는 지난해 말 현재 6천17건에 이른다. 소비'유통단계에서 발생한 경우가 1천199건(19.9%)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 단계에서 혼입된 경우가 481건(8%)이었다. 그러나 유가공품은 축산물로 분류돼 이물질이 발견돼도 신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이물질이 발견되면 업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김지은 대구경북소비자연맹 간사는 "이런 경우 조사의 객관'공정성이 떨어지고, 해당 업체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면 소비자보호단체를 통하거나 식약처가 운영하는 '부정'불량식품 신고전화' 1399콜센터로 신고해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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