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에 사는 이모(82) 씨는 한국전력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의 땅에 무단으로 설치된 송전탑 철거를 두고 22년째 한전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아서다.
갈등의 시작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철도건설창(현재 코레일)은 송전탑 건설을 위해 영주와 청송에 있는 이 씨 소유 임야 중 일부를 매입했다. 철도건설창은 그해 영주에 3기, 청송에 1기 등 송전탑 총 4기를 설치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후, 조상 묘를 벌초하기 위해 청송을 방문한 이 씨는 당황할 수 밖에서 없었다. 철도건설창이 매입한 땅에서 벗어나 조상 묘가 있는 자신 소유 임야에 송전탑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또 당시 산림법상 송전탑은 묘지로부터 20m 이내에는 설치할 수 없었지만 이 송전탑은 묘지와 12m 이내 거리에 있었다. 이 씨는 혹시나 싶어 영주의 임야를 찾아갔다. 그곳에서도 자신 소유의 임야에 송전탑 1기가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이 씨는 "당시 송전탑 관리자였던 철도건설창은 물론, 2002년 송전탑을 넘겨받은 한국전력 모두 왜 설치 장소가 변경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 한다"면서 "22년 동안 한국전력을 비롯해 관련 관공서와 국민권익위원회, 감사원 등에 민원을 넣어 철거 요청을 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송전탑 철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기 공급이라는 공익과 철거에 뒤따르는 이전 비용이 막대하다는 게 이유다. 한전 관계자는 "20~30년 전 송전탑을 설치할 때 토지소유권 확인이 쉽지 않아 무단 설치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최근 들어 무단 점거를 둘러싼 갈등이 전국에서 불거지고 있어 현행법대로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송전탑이 무단 설치된 땅은 전국적으로 넓게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한전 송전선로 무단 사용 부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송전선로가 지나는 부지의 40%인 9천700만㎡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 대구경북 미보상 면적도 2천82만㎡로 전체 미보상 면적의 20%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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