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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어린이 사진전 60돌 회고전] <32회> 금상 김성구 작 '야 내가 이겼다'<1

고사리 손으로 기어 오른 정상 "와! 내가 최고"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32회 금상 김성구 작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32회 금상 김성구 작 '야 내가 이겼다'(1988년)

사진을 통해 얻은 정보로 잠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유치원생들이 어른들도 하기 힘든 유격장 같은 코스를 기어오른다. 이게 가능한가 싶다. 이걸 지켜보는 선생님들의 간이 콩알만 해진 건 아닐까? 다시 한 번 봐도 아찔하기만 하다. 줄도 잡지 않고 나무 틈새를 부여잡고.

어른 키 두어 곱절 되는 높이를 오르게 놔둔 선생님들이 더 대단해 보인다.

옛적 쌍팔년 시절이라서 그런가? 요즘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안전 요구가 어떤 때보다 더 심할 땐데, 그야말로 옛날이라서 그럴 거라는 생각이 앞선다. 그 시절, 적당히 다쳐도 '크면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분위기였다. 나쁘게 말하면 안전 불감증의 시대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좋게 말하면 어릴 때부터 담력을 키워야 한다는 소신이 먹혔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은 어디든 올라가는 걸 좋아한단다. 원숭이의 본능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내가 아는 선배 한 분은 어릴 때 나무에 올랐다가 떨어져 눈알이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마침 할아버지가 의사여서 응급처치로 실명에선 벗어났지만 그 이후에도 나무에 오르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안전 의식과 담력을 키우는 갈래 길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안전장치를 해두고 담력을 키우는 건 추천할 만하다. 요즘 안전 없는 담력 배양은 절대 '비추' 시절이다.

유럽의 길을 걷다 보면 아장아장 인도를 걷는 아이들이 헬멧을 쓰고 안전 조끼를 두르고 엄마와 함께 길을 걷는 모습을 종종 본다. 우린 그 정도는 아닐 테지만 그런 모습이 부러워 보인다. 안전 의식은 어쩌면 멀쩡한 도로를 걷는데도 안전 헬멧을 쓰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경우의 수를 줄이는 게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호들갑을 떨자는 얘기는 아니다. 호들갑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건 오히려 독이 된다. 적어도 예상되는 위험을 고려해서 안전한 담력을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의 유년 시절을 지금의 시선으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있지는 한 번쯤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유년 시절을 되돌아보고 눈여겨볼 만한 때가 되었다.

◇ 1988년 小史

▷서울 올림픽 개최=1988년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24회 올림픽대회. '화합'전진'의 기치 아래 전 세계 160개 국가가 참가해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무역액 1000억 달러 돌파=원화 절상과 수입 개방, 공산권 직거래 교역확대 등으로 우리나라 무역 수출입 규모가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이 우리나라 10대 교역국에 처음 들어온 해이기도 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는 돈이 있을 경우 무죄로 풀려나지만 돈이 없을 경우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말이다.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이 인질극을 벌이며 쏟아냈던 절규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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