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애덤 스미스 욕보이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흔히 시장은 자기 조정능력이 있는, 따라서 정부의 간섭이 필요없는 시스템임을 주창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심각한 오해다. 물론 경제활동 참가자들이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이익을 보며, 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인도한 결과라는 그의 설명은 그런 오해를 낳을 만하다. 이기심이 사회의 이익을 낳는다면 굳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의미는 그게 아니었다. 인간의 행동은 의도하지 않은 '선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부론'(1776년)보다 먼저 출간한 '도덕감정론'(1759년)에 자세히 나와 있다. "부자는 그들의 천성과 이기심과 탐욕에도 불구하고, 비록 자신만의 편의를 생각한다 해도…자신들의 모든 개량(改良)의 성과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눠 가진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토지가 모든 주민에게 똑같이 나누어졌을 경우처럼 생활필수품을 분배하게 된다. 그리하여 무의식중에, 엉겁결에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인류의 번식 수단을 제공하게 된다."

스미스는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신의 섭리'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류 감정의 결과인 인류의 법률은 부지런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반역자의 생명과 재산을 몰수하고, 절약하지도 않고 조심하지도 않았지만 선량한 시민의 충성과 공익정신에 특별한 보상을 한다. 조물주는 이처럼 인간으로 하여금 조물주 자신이 다른 방식으로 행하는 사물의 분배 방식을 어느 정도 바로잡도록 지도한다." 결국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란 '외부의 개입이 필요없는 시장 메커니즘'이 아니다. 인간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하는 '신의 손'인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남권 신공항 연구용역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서 시장은 분명히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염두에 두고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은 그런 뜻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음모론'과 결부하는 것은 애덤 스미스를 욕보이는 일이다. '도덕감정론'은 이미 국내에 번역출간되어 있다. 어려운 내용도 아니니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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