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납 운동장',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 내놓아야

대구경북 104개 초'중'고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나왔다. 대구경북 교육청이 2014년 이전까지 우레탄 트랙을 설치한 295개 학교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검사가 끝난 173곳의 중간 결과다. 아직 100여 개 이상의 학교가 남아 '납 운동장'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레탄 트랙은 기존의 흙이나 시멘트 등으로 만든 운동장보다 먼지가 날리지 않는 등 편하다는 이유로 교육부가 2000년대 초반부터 설치했다. 2007년, 우레탄 트랙과 일부 재료가 비슷한 인조잔디를 설치한 16곳 학교 운동장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되는 등 유해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안전성 점검 없이 강행해 지금까지 전국 2천800여 학교의 운동장을 바꿨다.

교육부의 잘못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는 전혀 세우지 않고 오히려 '체육교육 활성화 사업 추진 계획' 등을 통해 우레탄 트랙 보급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반면 우레탄에 대한 품질 기준은 2011년 4월에야 만들어졌다. 그나마 시공이 끝난 우레탄 트랙에 대한 유해성 조사 기준은 아예 없고, 시공 전에도 납 성분을 포함한 경화제에 대해서는 품질기준 검사를 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우레탄 트랙에 대한 수많은 위험 경고에도 정부가 이를 외면해 벌어졌다. 그 사이 수백만 명의 학생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납에 노출됐던 셈이다. 문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우레탄 트랙에 대한 전수조사도 아직 진행 중이어서 언제 안심할 만한 대책이 나올지 모른다. 대구경북 교육청은 우레탄 트랙의 사용을 금지하고, 체육 시간에는 체육관을 이용하도록 하는 정도다. 당장 우레탄 트랙을 모두 바꿔야 하지만, 전국적으로 숫자가 많아 사업비 부담이 크고,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이 우레탄에 노출되지 않도록 전면 차단하는 방법도 찾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기준을 통과한 우레탄 제품이라고 해도 납 같은 중금속을 포함해 학부모와 학생의 잠재적인 불안감은 여전하다. 사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은 우레탄 트랙을 걷어 내고 흙 운동장으로 바꾸거나 인체에 해가 없는 재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정부의 잘못한 정책이니만큼 이른 시일 안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가용 사업비를 모두 동원해 우레탄 트랙을 교체해야 함은 물론이다. 잘못한 정책은 최대한 빨리 수정해야 큰 불신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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