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의 기술/도널드 트럼프 지음/이재호 옮김/살림 펴냄
지금 세계는 '트럼프'라는 어려운 숙제 앞에 앉아 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일거수일투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해서 '너는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을 때까지만 해도 그가 브라운관 밖으로 튀어나와 세상을 휘어잡으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리얼리티쇼가 아니라 사실상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세상과 마주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막말과 무지로 대중을 쥐락펴락 농락하는 사기꾼이라는 비판과 함께, 미국 백인 사회의 현실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극과 극의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거래의 기술'은 1987년 일종의 회고록으로 저널리스트 토니 슈워츠와 트럼프가 함께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이 트럼프의 변칙적인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이 책을 소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책은 트럼프의 활동 내역을 통해 그가 어떻게 사업을 운영하고 삶을 꾸려 가는지 보여준다. 이 책을 기준으로 하자면 그는 막말을 일삼는 허풍쟁이가 아니라, 대단히 치밀하고 집요한 협상가이자 말 그대로 거래의 달인이다.
독불장군 같은 행보 뒤에는 크게 생각하라,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등 그만의 숨은 11가지 원칙이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지, 만약 된다면 어떤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다. 트럼프에 대한 평가 역시 극단적 긍정과 극단적 부정으로 갈라져 있지만, 부정과 긍정을 넘어 트럼프 신드롬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데는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트럼프가 어떻게 자신의 왕국을 일궈 냈는지 그 비법을 알려주는 경제경영서인 동시에 자신의 왕국을 만들던 당시 트럼프가 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면 그가 대단한 사업가라는 사실과 함께 자본주의에 최적화된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자본주의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으며, 확신을 갖고 밀고 나간다.
'나는 돈 때문에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17쪽-
'사람들은 왜 나에게 자선 만찬을 주재해 달라거나, 자선 모임에 나와 연설을 해 달라고 부탁할까? 그것은 내가 위대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내게 부자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내가 만찬회에 나가면 부자 친구들이 몰려와 테이블을 사고 물건을 사기 때문이다. 나는 그 게임을 이해한다.'-34, 35쪽-
트럼프는 이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남은 한 가지 과제는 지금까지 나 자신만을 위해 써온 이 같은 재능들을 이제부터는 남을 위해 훌륭히 발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렇다고 오해하진 말라. 나는 다시 거래, 큰 거래를 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것도 불철주야로.'
그가 말하는 '큰 거래'란 무엇일까? 미국 대선 그 자체일까? 아니면, 미국 대통령직 또한 그에게 '거래'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까?
지은이 도널드 트럼프는 1946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뉴욕 사관학교를 거쳐 펜실베이니아 와튼 스쿨을 졸업한 뒤 아버지가 운영하던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34세 때 뉴욕시 한복판의 코모도어 호텔을 개발해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개조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2년 뒤 세운 68층의 트럼프 타워는 뉴욕의 명소가 되었다. 이어서 애틀랜틱시티로 진출하여 카지노 호텔업계의 대부로 자리하면서 41세에 이미 수십억달러의 자산을 지닌 부동산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2015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걸고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며,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확정됐다. 448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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