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광영 개인전, 50년간 쌓아온 한지 작품 60여 점 전시

얼핏 보기엔 靜(정), 들여다 보면 動(동)…경주 우양미술관서 9월 30일까지 전시

전광영 화백과 그의 작품.
전광영 화백과 그의 작품.

관람객에 삼각형 유닛 평면도 제공

직접 채색 후 액자에 붙여보는 체험

세계적인 한지 작가 전광영 개인전이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회고전'(A Retrospective)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전 화백의 초기 작품부터 대형 설치 작품까지 50년 동안 펼쳐 온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60여 점이 전시된다. 1960년대 후반 미국으로 건너가 선보이기 시작한 추상표현주의 작품 중 미공개됐던 작품을 비롯해 시기별 작품을 골고루 선보이고 있다.

전 화백은 작품에 사용하는 매체나 작업 방식에 있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정적이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1970, 80년대 추상작품은 붓질을 통한 추상의 구현이 아닌 독특한 작업과정을 통해 나타난 결과물이다. 화학성분을 바르지 않은 캔버스에 테이프나 짧고 길쭉한 종이를 흩뿌린 뒤에 혼합한 날염안료를 드리핑(dripping)한 후 이를 떼어내어 흔적을 남기는 과정을 반복했다. 1994년부터는 추상표현주의적 작업을 과감히 접고 '한지로 싸서 끈으로 동여맨 삼각 조각'으로 새로운 조형형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한국적인 정체성에 대한 모색이 반영된 것이다.

이후 1990, 2000년대에 걸쳐 삼각 유닛(unit)을 재배치하고 구조화하는 다양한 시도로 평면회화도 부조조각도 아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캔버스 자체를 변형시키거나 고서 한지의 색채에서 나아가 오미자, 구기자, 치자, 쑥을 태운 재 등을 사용한 자연염색으로 다채로운 색에 대한 연구가 시도되었다.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평면적 부조 속에 심연의 웅덩이와 같은 공간감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나아가 3차원의 대형 입체 설치 작업들로 본격적인 '공간'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이어 점차 4차원 이상의 시간성과 역사성까지 시각화했다.

홍익대 미대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전 화백은 1967년 신상전공모전 특선을 시작으로 제17회 대한민국 국전 입선,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미술 부문 대통령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예일대, 빅토리아알버튼미술관, UN본부, 록펠러재단, 호주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 기간 중 관람객 전원에게 전 화백의 삼각형 유닛 평면도를 제공한다. 작품을 감상한 후 평면도에 직접 채색 및 문구를 넣어 제작해 액자 속에 붙여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전시는 9월 30일(금)까지. 054)745-7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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