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인은 신공항 갈등 부추기지 말고 손 떼라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는 말을 아껴왔다.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에 따라 정부의 용역평가를 조용히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권 시장과 김 지사는 10일 "정치인들은 신공항 문제에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신공항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더는 지켜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역 간 갈등을 없애고 봉합해야 할 정치인들이 신공항 문제를 빌미삼아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부채질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문 전 대표는 "정부의 신공항 입지 용역이 불공정하게 진행되면 부산 시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차기 부산시장도 아니고, 차기 대권을 노리는 분이 특정 지역을 편드는 말을 예사로 하는 걸 보면 그의 정치철학이나 자질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

부산지역 정치인들은 노골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정치 쟁점화하거나 지역 갈등을 부추겨왔다. 김세연 새누리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신공항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부산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 철회가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한 술 더 떠 지난 8일 부산역 광장에서 '가덕신공항 비상대책본부'를 결성하고 "정부의 신공항 용역은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끼워 맞추기 용역"이라고 주장했다.

신공항 용역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적 계산에 따라 함부로 발언하고 행동한다. 'TK의 음모' '깜깜이 용역' 같은 유언비어성 주장까지 퍼트렸다. 이에 대해 홍준표 경남지사는 "나는 경남지사이지만 밀양이 꼭 되어야 한다고 단 한 번도 주장한 적이 없다. 비전문가인 일부 정치인들이 가만히 있다가 발표가 임박해 면피용으로 부산 시민들을 오도하고 선동하는 것은 옹졸하고 저급한 정치 행태"라고 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정치인들은 신공항 문제에 관해 더는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손을 떼는 것이 옳다. 이달 말 정부의 용역 결과 발표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그나마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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