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회와 청와대의 협치, 서로를 인정하며 출발해야

청와대가 의장단 선출을 마무리한 국회에 '협치'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재원 신임 정무수석은 10일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이 실장은 4대 개혁 완성을 위해 입법부의 협조를 당부했고,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청와대가 먼저 '소통'과 '정치'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만남의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으며 주로 덕담이 오갔다고 한다.

일단 시작은 좋아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첫 만남부터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상대방을 공격할 필요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관심은 '앞으로'에 쏠린다. 과연 향후 청와대의 대 국회 관계와 국회의 대 청와대 관계가 이런 유화적 분위기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다.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여소야대라는 국회 권력 지형의 변화를 업고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요구를 박 대통령이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보여준 바에 비춰볼 때 스스로 설정한 선을 넘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협치를 이루려면 야당은 이런 한계를 상수로 둬야 한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며, 우리의 일방적인 요구에 대한 상대방의 백기 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여소야대로 야당은 현실적인 힘을 가졌다. 그것을 부인하거나 무시하면 청와대와 국회는 파열음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야당의 소리에 이전보다 더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오전에 있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협치의 실현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 위기이고 대외적으로는 안보 위기다. 이런 복합적 위기 국면을 잘 헤쳐가려면 국민의 에너지를 한데 모아야 한다. 그 역할을 앞장서 해야 할 주체는 국회와 정부다. 정부는 국회에 협조해야 하고 국회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는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럴 때 협치는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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