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수능 모의고사 국어 영역은 올해 A, B형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 출제될지 관심을 모았었다. 특히 B형에만 출제되고, A형에는 출제되지 않았던 국어사 문제가 출제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현대 국어의 불규칙 활용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2문제 세트 문제로 출제되었는데, 처음 보는 문제 구성이라 그런지 정답률은 엄청나게 낮았다. 국어에 대한 지식이 있었으면 자료를 보지 않고도 답을 할 수 있었고, 지식이 없었다 하더라도 읽기 능력을 바탕으로 자료의 내용을 따라가면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였는데, 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어려웠던 모양이다.
자료의 내용은 이런 것이다. 현대어의 '짓다', '눕다'의 경우 활용을 하면 '짓어', '눕어'가 아니라 '지어', '누워'가 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지금은 사라진 문자인 'ㅿ, ㅸ'과 관련이 있다. 'ㅿ, ㅸ'은 'ㅅ, ㅂ'의 울림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바보'라는 말을 발음하면 앞의 'ㅂ'은 목청을 떨지 않고 내는 안울림소리지만 뒤의 'ㅂ'은 모음 사이에서 울림소리로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두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지만 외국인들은 구분을 한다. 이것을 15세기의 문자 체제로 쓰면 '바보'는 '바ᄫᅩ'가 된다.(외국인들에게 써 줄 때는 [pabo]로 해야 제대로 발음한다.) 그렇기 때문에 15세기에는 '짓+어'의 경우 'ㅅ'이 울림소리가 되기 때문에 '지ᅀᅥ'로 표기를 하고, '눕+어'는 '누ᄫᅥ'로 표기를 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울림소리인 'ㅿ, ㅸ'이 의미 구분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이 문자들도 17세기가 되면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ㅿ'은 소리가 없어지고, 'ㅸ'은 반모음 'ㅗ/ㅜ'로 변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경상도 사투리에서는 'ㅿ, ㅸ'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ㅅ, ㅂ'으로 표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밥을 지섰다', '더러븐 놈'과 같은 식으로 쓰는데, 발음을 정확하게 표기하면 '지ᅀᅥᆻ다', '버러ᄫᅳᆫ'이 된다. '마ᅀᆞᆯ'이 'ㅿ'이 약화되면서 '마을'로 변할 때도 경상도에서는 '마실'이라고 했는데, 이 발음도 정확하게는 '마ᅀᅵᆯ'이다.
만약 수능에 똑같은 요소를 묻는 문제가 나온다면 나올 수 있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ㅎ종성체언'이라고 체언 끝에 'ㅎ'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닭'인데 '수탉', '암+것'인데 '암컷'이 되는 이유는 '암'이나 '수' 뒤에 'ㅎ'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어두자음군'이라고 해서 'ᄡᅡᆯ'처럼 첫소리에 여러 개의 자음이 오는 것이다. 그 해에 나온 쌀이면 '해+쌀'인데 '햅쌀'이 된다. 여기에서 'ㅂ'은 어디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옛날 쌀에 붙어 있던 'ㅂ'의 흔적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