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영권 다툼 형이 롯데 수사 단서 제공?

롯데그룹을 정조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검찰에 수사 단서를 제공했느냐를 두고 양측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고소'고발 과정에서 검찰에 제출한 자료는 재무제표, 지분구조 등 공개된 자료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는 상관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에 대한 소송전을 진행하면서 확보한 롯데 계열사 회계장부 분석 자료 등을 검찰에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한국 롯데캐피탈 대표를 업무방해와 재물은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롯데쇼핑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중국 투자 손실 규모를 축소 보고해 업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것이 고소장의 요지였다.

신 전 부회장은 고소장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로 일본 롯데 지분구조, 한국 롯데의 중국 투자 손실 규모 관련 회계 자료, 쓰쿠다'고바야시 대표의 신 전 부회장 해임에 대한 허위 근거 입증 자료 등을 제출했다. 신 전 부회장 측 김수창 변호사는 13일 "지난해 고소 건과 관련해 해당 자료를 제출한 것은 맞지만, 롯데로부터 회계장부를 받기 전이어서 재무제표 등 거의 공개된 자료를 정리해 제출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제출한 자료는 업무방해 행위 등에 대해 고발한 내용이라 지금 검찰에서 조사하는 건과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며 "(롯데쇼핑'호텔롯데)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통해 롯데로부터 제공받은 회계장부에서 나온 정보를 검찰에 제공하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이 소송을 통해 롯데에서 별도로 제공받은 롯데쇼핑'호텔롯데 회계장부 분석 자료는 검찰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롯데그룹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이 같은 자료 외에도 추가 자료 제출이나 제보를 통해 검찰 수사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얼마 전부터 신 전 부회장 측이 검찰을 상대로 롯데그룹의 문제점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돼 롯데그룹이 우려했다는 소문도 흘러다닌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이 롯데를 겨냥해 주장해 온 내용과 검찰 수사 방향이 비슷하다 보니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 검찰 수사를 계기로 경영권 회복을 위한 반격에 속도를 내는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호텔롯데 회계장부에 대한 분석 작업을 모두 마쳤으며 발견한 문제점에 대해 적당한 공개 시점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검찰 수사 내용을 지켜보면서 추가 소송 등 이후 행동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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