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코올중독 환자들 멋대로 외출, 치료센터 주변 툭하면 술판 난동

자발적 입원 땐 공간 제한 못해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모(56) 씨는 인근 병원 앞을 피해 다닌다. 이 병원은 알코올중독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술에 취한 센터 환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병원 관계자와 승강이를 벌이거나 행인에게 시비를 거는 모습을 심심찮게 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오히려 술을 마시고 병원 근처를 돌아다니니 황당하다. 특히 술에 취한 환자들이 병원 바로 맞은편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해코지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알코올중독으로 입원치료 중인 환자들이 병원에서 나와 술을 마신 뒤 각종 문제를 일으키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구에는 알코올중독 치료 입원 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이 총 31개소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환자는 모두 1천161명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외출이나 퇴원 등이 어느 정도 자유로운 '자의입원' 환자라는 점이다. 가족 등 보호자의 동의에 의해 입원한 경우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지만, 중독치료를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게 되면 일반 입원환자들과 같이 개방병동에서 생활한다.

6월 현재 달서구에 있는 A병원의 경우 알코올중독 치료 환자 150명 중 70여 명이 자의입원 환자이고, 220명이 입원한 B병원의 경우도 절반가량이 스스로 입원한 환자로 나타났다. B병원 관계자는 "13일에도 밤새 술을 마신 자의입원 환자 한 명이 퇴원을 요구하면서 소란을 피웠다"며 "인권 문제로 외출을 무조건 막을 수 없어 이런 문제가 자주 일어난다"고 했다.

실제 병원 인근에서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려 지구대에 끌려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A병원 관할 지구대 관계자는 "주취자 신고를 받고 나가보면 A병원 입원환자인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 쓰러져 있거나 사소한 폭행 등 사고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는 자의입원 대신 일정 기간 폐쇄병동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달서구 C병원의 경우 되도록 자의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부득이하게 받게 되더라도 1, 2주간은 외출을 금지하는 동의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C병원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알코올중독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센터를 치료가 아닌 숙박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비가 지원되고 외출을 할 수 있으니 악용하는 것이다"고 했다.

전문가들 또한 외출로 인해 다시 중독에 빠지기 쉬운 자의입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채성수 위드병원 원장은 "중독치료는 훈련의 과정인데 훈련이 체화되기 전에 밖으로 나가게 되면 치료가 제대로 될 수 없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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