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대구시내 한 대형 병원 응급실. 안내데스크 위에 문병객 명부가 비치돼 있지만 이름을 남기는 방문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응급실 안에는 누워 있는 환자들과 응급실 안을 활보하는 방문객들이 뒤섞였고, 응급실을 들락날락거려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보호자 손모(35) 씨는 "처음에는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지만 가족들이 모두 왔다고 하니 다 들여보내줬다"며 "출입 제한이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 병원 응급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환자와 보호자 1명만 출입할 수 있고, 보호자 출입증을 걸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는 문구는 적혀 있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보호자 출입을 제한하지만 강제 조항이 아닌데다 먼 곳에서 왔다고 하면 막기 힘들다"면서 "면회객 명부를 쓰는 사람이 절반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은 대구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지역사회를 뒤덮었던 감염병의 공포는 사라졌지만 사그라진 두려움과 함께 무분별한 응급실 출입과 '떼거리' 병문안 문화도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대구시내 대형 병원 입원병동은 메르스 사태 이전과 다른 점이 없었다. 이날 오후 한 대형 병원 입원 병동. 문병객 3명이 아무런 절차 없이 우르르 병실로 들어갔다. 이들 중 면회시간 제한에 대해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환자들도 자유롭게 병실 바깥을 출입했다. 감염 우려가 높은 호흡기질환 환자와 방문객들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있는 셈이다.
중소병원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이날 찾은 대구 달서구의 한 외과병원 입구에는 면회 제한에 대한 아무런 안내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응급실도 제약 없이 드나들 수 있어 아무나 환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구조였다. 입원 병동도 환자들과 문병객들이 뒤섞여 대화를 나누거나 음식을 나눠 먹었다. 이곳 간호사는 "전염성 질환 환자가 입원하면 명부를 작성하게 하지만 면회인의 수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병객 제한에 대해 의료기관들은 "방문객들의 불만이 너무 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감염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제한 방침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문병객 조모(47'여) 씨는 "면회 제한은 병원을 찾은 방문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무분별한 출입을 막는 것은 감염 위험을 낮추고 병원 업무를 원활하게 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문병을 왔다는 윤모(54'여) 씨도 "면회 제한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지만 문병 제한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지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별도로 면회공간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 칠곡경북대병원의 경우 바뀐 면회시스템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아직 허락 없이 병실로 들어가는 문병객들은 있지만, 양해를 구하면 대부분 이해를 한다는 것. 한 문병객은 "환자가 면회실까지 와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몇 번 이용해 보니 환자들이 누워있는 병실보다 면회실이 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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