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은 전통적으로 인생의 무상함과 세속적인 가치 추구의 허무함을 상징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의미 이전에 놀 거리가 별로 없던 옛적의 아이들에게 비눗방울만큼 마음 설레던 놀이도 드물었다. 세숫비누나 빨랫비누를 문질러 비눗물을 만든 다음 철사로 원을 말아서 비눗물을 불면 그 비눗물을 잡기 위해 깡총거리며 뛰놀던 시절이 있었다. 간편하게 만들어서 즐겼던 어릴 적 놀이였다.
비눗방울을 만들 때 일반 철사보다는 스프링이 더 인기가 좋았다. 모나미 볼펜의 스프링을 늘려서 동그랗게 말아 일회용 나무젓가락에 묶어 만든 비눗방울이 인기가 있었다. 비눗물을 불어서 달랑 한 개만 나오는 비눗방울보다 작은 거라도 여러 개 나오는 비눗방울이 더 신기했다. 직접 비눗물을 만들어서 놀았던 비눗방울이 더 재미있었던 것은 자신이 만든 모양과 틀에 따라서 다양한 비눗방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어떤 모양의 비눗방울 틀을 만들어도 비눗방울은 둥글었다. 네모나게 만들어 보기도 하고 심지어 별표 모양으로도 만들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둥근 비눗방울이었다. 비눗방울은 왜 둥글까? 그때는 그게 참 궁금했다. 나중에야 물체는 표면을 작게 하려고 작용하는 표면장력에 의해 둥근 원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구가 둥근 이유까지 설명하는 과학이 비눗방울에 숨어 있었다.
요즘은 시중에서 파는 비눗방울 때문에 비눗방울을 부는 놀이에만 집중되어 있다. 예전엔 직접 비눗물을 만들고 틀까지 만드는 놀이를 하면서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비눗방울 도구를 만들 수 있었다. 반면에 규격화된 판매용 비눗방울은 몰개성과 비창의적인 놀이가 된 것 같다.
직접 놀이도구를 만든 아이와 누가 가져다줘서 불로소득처럼 생긴 물건에 대한 생각 차이가 많이 있다. 직접 장난감을 만든 아이는 소유욕이 있어 놀이가 끝난 뒤에도 간직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놀이가 끝나면 내팽개치는 경향이 많다. 즉 소중한 가치는 얼마나 공을 들였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넘쳐나는 놀이 상품들로 인해 아이들의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듯하다.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 보는 비눗방울 놀이로 동심을 되찾았으면 한다.
◇1991년 小史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1991년 9월 18일 열린 제46차 유엔 총회에서 남북한이 각기 별개의 의석을 가진 회원국으로 유엔에 가입했다. 이로써 남북한은 분단 46년, 유엔 창설 46년 만에 각기 독립된 국가 자격으로 유엔 회원국이 되었다.
▷지방자치제 30년 만에 부활=1961년 9월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제정되어 지방자치법의 효력이 정지됐다가, 1991년 30년 만에 지방선거로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자치단체장도 민선이 맡게 됐다.
▷구미 페놀 사태=구미 두산전자 페놀 누출 사고로 원액 약 30t이 누출, 배수구를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되면서 대구지역 수돗물 악취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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