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71)씨가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16일 대작 의혹으로 검찰이 조 씨의 집 등을 압수 수색을 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 씨와 조 씨의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모(45)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중순까지 송모(61) 씨 등 대작 화가에게 점당 10만 원에 주문한 그림에 경미한 덧칠 작업을 거친 뒤 호당 30만∼50만 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조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17명에게서 21점의 대작 그림을 팔아 1억5천3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또 조 씨의 매니저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4월 초까지 대작 범행에 가담해 3명에게 대작 그림 5점을 팔아 2천680여만원을 챙겼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대작 화가에게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해 임의로 그리게 했으며, 자신의 콜라주 작품을 회화로 표현하도록 하거나 자신의 회화를 똑같이 그리도록 주문하는 방법으로 대작 그림을 제작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조 씨가 판매한 대작 그림은 모두 33점이다.
검찰은 대작 그림 규모는 대작 화가 송 씨가 진술한 대로 200∼300여 점에 이른다고 밝혔다.
조 씨는 "(대작은) 미술업계 관행이며, 대작화가는 자신의 조수에 해당한다"면서 무혐의를 주장햇지만, 검찰은 조 씨에게서 그림을 주문받은 대작 화가가 독자적으로 그림을 완성한 만큼 조 씨의 조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조 씨가 평소 자신을 화가로 지칭하며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말한 점, 전통 회화 방식의 미술작품 구매에 있어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는 계약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대작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한편, 한국미술협회를 비롯한 11개 미술인 단체는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조영남 명예훼손 관련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조영남이 대작 논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대작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사실과 다르게 전해서 미술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미술단체들의 입장을 전해들은 진중권 교수는 1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버이연합이 어버이를 대표한다는 게 대한민국 어버이들에게 모욕이듯이, 저런 분들이 미술계를 대표한다는 것은 한국 미술계의 굴욕"이라며 조 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미술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진 교수는 "고소장에 담긴 자칭 화가들의 인식은 충격적이다. 무식의 극치"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진 교수는 "서양미술사 전체에서 조수를 쓰지 않는 작업만을 예술로 보는 관행은 낭만주의 미학의 영향으로 19세기말에 잠깐 나타났다가 20세기에 들어와 사라진, 예외적 현상이었다"며 오늘날 작가가 조수를 쓰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진 교수는 조영남 대작 사건이 불거진 당시에도 '관행'을 언급하며 조씨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조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미술인들은 대작이 미술계 관행이 아니라는 의견을 고소장을 통해 피력했다.
이들은 "르네상스 이래 화가의 개성과 어떻게 그리느냐는 문제에 중점을 두게 되면서 미술품이 예술가의 자주적 인격의 소산이라는 의식이 강화되었고, 19세기 인상파 이후로는 화가가 조수의 도움 없이 홀로 작업하는 것이 근대미술의 일반적인 경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무식한 소리. 잠깐 사라졌다가 50년대 이후 광범위하게 퍼졌다가 최근엔 대세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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