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예술 관련 학과들이 폐과되거나 축소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느 대학은 교수, 학생, 동문 할 것 없이 온몸으로 이를 막아 저지하기도 하고 어느 대학은 힘없이 역사와 전통이 무너지기도 한다. 운 좋게 학과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그 생명력을 몇 년 연장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얼마 전 정부에서 발표한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하 프라임 사업)에 의해 수많은 대학의 희비가 엇갈렸다. 무려 6천억원의 지원금이 걸린 사업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미래사회 수요를 반영, 정원 조정 등을 통해 학사 구조를 개편하면 정부가 지원한다는 요지의 사업이다. 사실상 취업에 유리한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취업률이 낮은 인문 계열이나 예술 계열 학과의 정원을 줄이는 사업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시간을 몇 년 전으로 되돌려 보면 언론에서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이공계의 위기라는 말을 하며 걱정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역전되어 이공계가 기회인 것처럼 세상이 흘러간다.
대학마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사람들은 대학의 학과명을 다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찰을 만들기 위한 경찰행정학과가 있는 것처럼 공무원을 만들기 위한 5급 공무원과, 7급 공무원과 등으로 학과명 변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현실을 나타낸다.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퇴출되고 있는 데 반해 외부기관이나 문화센터에서는 인문학이 단골 메뉴이니 참 우스꽝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인기 인문학 강사가 한 방송에서 스마트폰의 대표 주자인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삼성은 애플이 자사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고 애플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애플은 삼성이 디자인을 도용했다고 삼성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삼성을 기술 중심 기업이라고 말하고 애플은 인간 중심 기업이라고 말한다. 기술 중심 기업은 후발 주자에게 따라 잡히기 쉽다. 기술은 혁신하기보다 베끼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공 계열에 취업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만은 아니다. 자동화 시스템이 확산됨에 따라 취업의 문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사회는 단순히 이공계 출신만을 선호한다거나 반대로 인문계 출신만을 선호하지 않는다. 적절하게 양쪽 소양을 잘 갖춘 인격, 더 나아가서는 제3의 소양을 요구하고 있다. 균형 잡힌 교육만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인격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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