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고산 욱수골이 힐링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욱수골은 대구에서 몇 안 되는 근교 휴식처로 산은 높지 않고 물은 맑아 가벼운 산행이나 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더욱이 맥반석을 타고 흘러 물이 맑기로 유명한 욱수천을 따라 조성된 봉암 누리길과 욱수천 정비사업으로 조성된 친환경 산책로,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로 명성을 떨치는 망월지 등으로 누구나 한 번쯤 걷고 싶은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욱수골 주변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강학한 고산서원 등 다양한 역사유적과 대구육상진흥센터 등 레포츠시설도 자리하고 있어 도심 속에서 여유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두꺼비가 뛰어노는 '욱수골'
욱수골 초입에서 보면 동서로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마주하는 중앙에는 옛 성터인 '자산성'이 버티고 있다. 골의 깊이는 약 6㎞에 달하며 맥반석이라 부르는 장석반암류가 많아 물이 맑고 빛이 날 정도라 하여 '욱수'(旭水)라 부르게 됐다.
경산과 맞닿아있는 욱수천 등산로 주변은 잘 알려지지 않은 진달래 군락지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 덕원고등학교 뒤 동산에서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욱수골의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망월지 두꺼비'다. 망월지는 전국 최대 규모의 두꺼비 산란지다. 두꺼비는 생태환경을 측정하는 환경지표동물로 욱수골 두꺼비는 한국 내셔널트러스트가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두꺼비의 생태학적 가치를 넘어 문화적 가치에 주목해 문화콘텐츠로 탄생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를 위해 매년 4월이 되면 망월지 인근에 있는 불광사 경북불교대학에서 두꺼비를 문화적으로 재해석한 행사인 '섬섬제'를 개최하고 있다.
수성구청은 매년 2~3월 산란철을 맞아 인근 산에서 망월지로 내려오는 성체 두꺼비들의 안전한 이동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400m에 이르는 로드킬 방지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망월지에서는 매년 5월 말~6월 초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가 되면 새끼 두꺼비 200만~300만 마리가 떼를 지어 산으로 이동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머물고 싶은 '욱수천'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여 조금은 삭막한 고산 지역에 욱수천은 숨통을 틔워주는 생명 줄기나 다름없다.
특히 사월역에서 남쪽으로 욱수천을 거슬러 600m 정도 가면 공룡발자국 20여 개를 만날 수 있어 도심 속에서 공룡시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공룡발자국은 2001년 박두광 지구과학 교사(성명여중)가 발견한 것으로 중생대 백악기 초식용각류 공룡의 것으로 추정되며 욱수천 바닥 퇴적암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한때 욱수천은 오염된 도심 속 하천에 불과했다. 물도 잘 흐르지 않고 오염돼 동식물이 생육할 수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성구청은 2009년 국토해양부 '하천재해예방사업'의 하나로 시행된 '욱수천 정비사업'을 추진해 친환경 휴식공간과 산책로를 마련했다. 또한 총 1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재해예방을 위한 시설보강과 함께 아파트 단지 등 주거 밀집지역에 하천을 횡단하는 교량 및 징검다리를 설치했다.
현재 욱수천에는 갈대, 창포, 부들, 여뀌 등 각종 수생식물이 번식하고 도롱뇽, 갈겨니, 붕어, 피리 등 어류와 양서류도 대규모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눈에 띄는 점은 욱수천이 치수안전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설계됐다는 것이다. 기존 욱수천 하천제방과 교량 시설은 50년 빈도(50년 내 최대 강우량 대비)를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수성구청은 정비사업을 통해 하천 시설물을 100년 빈도(100년 내 최대 강우량 대비)로 준공했다.
◆걷고 싶은 '봉암 누리길'
봉암 누리길은 수성구민뿐 아니라 대구 시민들의 힐링 산책로로 주목받고 있다. 욱수천을 따라 진행된 '봉암 누리길 조성사업'은 2014년 국토교통부 주관 개발제한구역 환경'문화 사업 공모에 선정돼 추진됐다.
수성구청은 욱수골 공영주차장부터 봉암폭포까지 총 3.5㎞ 구간에 사업비 7억7천여만원을 들여 소공원과 친환경 산책로, 봉암폭포 전망대를 설치했다. 특히 욱수골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주변환경과 어울리게 친환경 황토포장으로 조성,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주고 있어 인기다.
욱수공영주차장에서 1.5㎞ 남짓 올라가다 보면 소와 함께 떨어져 죽은 며느리 이야기를 품는 '소바우'라는 이름의 암벽이 나온다.
이 바위의 전설은 이렇다. 옛날 욱수골 아랫마을에 시집살이가 무척 고달픈 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이 며느리가 바위 밑에서 황소를 먹이던 중 피곤해 바위 위 나무그루터기에 소를 매어 놓고 잠깐 졸았다. 그런데 며느리가 잠깐 조는 사이 황소가 바위 아래의 암소를 보고 설쳐대 아래로 떨어지려고 했다. 순간 며느리는 소를 구하려고 고삐를 잡아당겼지만 그 힘을 이기지 못해 소와 함께 바위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바위를 '소바우'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처럼 욱수천을 따라 조성된 봉암 누리길은 재미있는 전설을 담고 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욱수골 일대는 도심에서는 보기 드문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며 "많은 시민이 생태'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을 찾아 일상생활 속 스트레스를 확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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